[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기안84와 권화운이 생애 처음으로 도전한 트레일 마라톤인 ‘빅5 마라톤’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한계를 돌파하며 완주에 성공했다.

7일 방송된 MBC ‘극한84’ 2회에서는 기안84와 권화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빅5 마라톤’ 도전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기안84는 극악의 고통 속에서도 집념으로 완주를 이뤘고, 권화운은 치밀한 전략으로 2위를 기록하며 놀라운 성취를 보여줬다.

이날 방송은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2049 시청률 1.3%, 가구 시청률 3.2%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고른 상승세를 보였다. 기안84가 결승선을 통과해 메달을 목에 거는 감동의 순간은 분당 최고 시청률 4.7%까지 오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안84의 레이스는 말 그대로 ‘생존기’였다. 출발 직후까지만 해도 두려움을 잊기 위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다독이던 그는, 오르막 구간에서 출발 3km 만에 첫 고비를 맞았다. 이어진 내리막에서는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낭떠러지처럼 급격한 경사에 몸을 제어하지 못한 채 끌려 내려가듯 질주한 것. 무릎에 힘을 잔뜩 주고 북한산 높이에 버금가는 내리막과 사투를 벌이는 기안84의 모습은 극한의 긴장감을 자아냈다.

권화운은 오르막을 평지처럼 가벼운 동작으로 뛰어나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달리는 중에도 “업힐은 보폭을 짧게 해서 치고 올라가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이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의 자신감 뒤에는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 대회 전부터 구간별·지형별 전략을 세밀하게 분석했고, 한 달 동안 무려 512km를 달리며 체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남산과 인왕산 계단을 매일 오르내리며 트레일 모의 훈련을 반복한 권화운은 “A·B·C 세 개의 플랜을 준비했다. 세 개를 준비하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걸린다”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지어 웃음과 감탄을 동시에 자아냈다.

한편, 의도치 않게 빠르게 내리막 코스를 해치운 뒤, 평소와 다른 몸 상태에 당황하던 기안84는 발목 통증에 뛰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3km 구간을 넘어서자 극한의 모래 코스가 등장했다. 모래에 발목이 계속 꺾여 걷기조차 어려워지자 “차라리 저 코뿔소가 들이받아 줬으면”이라고 말할 만큼 힘든 기색을 드러냈다. 기안84는 갈증을 호소하다 결국 땅에 주저앉았고, 우연히 발견한 시냇물을 보고 홀린 듯 달려가 얼굴을 담그고 물을 들이켜 주변을 경악하게 했다.

그 시각, 권화운은 24km 지점을 지나며 여전히 안정된 페이스로 19위를 달리고 있었다. 권화운은 “한 명 한 명 추월해 보겠다”며 속도를 높였고, 3분 44초대 페이스로 맹수처럼 질주하며 앞서가던 러너들을 순식간에 제쳤다. “제 영광의 시대는 지금”이라며 무한 질주를 이어갔고, 다시 켜진 카메라에는 이미 3위 추월을 앞둔 권화운의 모습이 잡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도 유쾌한 러너들을 따라 힘을 내기 시작한 기안84는, 오렌지와 얼음으로 몸을 식히며 간신히 숨을 돌렸다. 그러나 진짜 ‘지옥’은 그다음이었다. 레이스 후반부, ‘러너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악명 높은 오르막 구간이 모습을 드러낸 것. 오르막 초입부터 이미 고전하던 기안84는 끝없이 이어지는 경사에 결국 다시 쓰러지고, 구토까지 했다. 사파리카는 포기한 참가자들을 실어 나르기에 바빴고, 출발 전 만났던 ‘양복 러너’마저 사파리카에 올라탄 채 포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쓰러져 있던 기안84는 “내가 시작했으니 내가 끝내야 한다”며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나 감동을 자아냈다.

한편, 권화운은 앞서 걷고 있던 2위 케냐 참가자를 발견하자 곧바로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권화운은 1위가 지나간 자리를 그대로 쫓아가며 치열한 승부를 이어간 끝에, 3시간 47분 49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생애 첫 트레일 마라톤에서 2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올해 1위는 1,600km 레이스·4,000km 횡단 등으로 유명한 호주 출신 울트라마라톤 전문 러너였다. 권화운은 “운이 조금 없었다. 왜 하필 그 형님이 올해 참가하셔가지고”라며 웃었지만, “그런 분과 선두 경쟁을 펼쳤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제 마음속에서는 저에게 1등을 주고 싶다”라며 진심 어린 만족감을 전했다.

기안84는 한동안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체력은 이미 바닥났고 전의도 사라졌지만,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은 끝에 마침내 ‘지옥의 오르막’ 정상에 도달했다. 다시 결승선을 향해 정신력으로 발을 내딛는 그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구역질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완주는 해야 한다”며 크루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꿋꿋이 전진하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안겼다.

마침내 결승선에 들어서는 순간 ‘김희민’이라는 이름이 울려 퍼지자,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패널들 역시 숨길 수 없는 뭉클함을 드러냈다. 기안84는 6시간 38분 54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생애 첫 트레일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다.

이날 방송에서 모든 걸 게워 낼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다시 일어나 달리는 기안84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기안84의 포기를 모르는 집념과 강한 정신력, 권화운의 놀라운 질주와 치밀한 준비는 앞으로 펼쳐질 극한 크루의 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다음 주 방송될 3회에서는 새로운 크루원 영입에 이어 ‘프랑스’에서 도전하는 새로운 마라톤이 예고돼 기대를 더하고 있다. 기안84와 극한 크루의 놀라운 도전은 매주 일요일 밤 9시 10분에 방송되는 MBC ‘극한84’에서 확인할 수 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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