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지우고, 가계부 쓰고, 버텨라”…‘유퀴즈’ 박종석, 주식·코인 우울증 청년들에게 띄운 편지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주식 중독을 끊어낸 정신과 의사 박종석 원장이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이후,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을 직접 SNS에 남겼다.

방송에서 미처 다 담기지 못한, 소위 ‘주식·코인 우울증’으로 버티고 있는 20~30대 청년들을 향한 진심 어린 메시지다.

박 원장은 방송 직후 자신의 SNS에 “꼭 전하고 싶던 말인데, 분량상 편집이 된 거 같아서 이렇게 남깁니다”라는 글과 함께 두 가지를 적었다.

첫 번째는 지금 이 순간도 어두운 방에서 차트를 붙들고 있는 청년들을 향한 위로였다.

20,30대 청년분들. 주식, 코인 우울증으로 힘드시고, 미래가 없다고, 홀로 어두운 밤을 외롭게 견디시는 분들께 ‘우울증은 반드시 지나가는 계절이다‘라는 말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이 흔들릴 때마다 옆에서 버텨준 연인에 대한 고백이다.

제 자신을 못 믿고 흔들릴때마다 저를 지탱해준 여자친구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평범하고 못난 제 사연을 응원해주시고 재밌게 봐주신 모든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방송에서는 비교적 담담하게 자신의 과거를 풀어냈지만, SNS에는 ‘정신과 의사’라는 직함을 내려놓은 한 사람의 경험과 청년 세대를 향한 마음, 그리고 곁을 지켜준 연인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주차장에서 병원으로 못 올라갔다”…주식이 삶을 집어삼킨 시간

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박종석 원장은 자신이 어떻게 ‘주식 중독자’가 됐는지도 털어놨다.

그는 “아침 8시 50분에 병원에 도착하면 주차장에서 위로 올라가지를 못하겠더라”고 돌아봤다. 오전 9시부터 시장이 가장 요동치는 개장 시간에 모바일 창을 닫지 못하고 차 안에 앉아 있던거다.

또한 기분 좋게 환자를 보다가도 주가가 떨어지면 하루 전체가 무너졌고, 진료실에서조차 마음이 시장에 묶여 있었다. 결국 병원 내에까지 소문이 돌았고, 그는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남을 돌보는 정신과 의사’였던 그가, 자신의 감정도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병원을 떠난 뒤 그는 지방 안동으로 내려가 스스로를 격리하듯 주식을 끊었다. 사회적 성공을 향해 질주하던 친구들과의 만남도 일부러 피했다.

1년쯤 지나 다시 마음은 상대적 열등감에 조급해졌고, 이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 선물·옵션에까지 손을 댔다. 하지만 결과는 또 한 번의 참담한 실패였다.

◇ 바닥 이후 올라온 한 줄의 조언 “앱을 지워라, 가계부를 써라”

연이은 실패 끝에 찾아온 것은 극심한 우울감이었다. 이때 그를 붙잡아준 건,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친구 한 명이었다. 그는 그 친구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 천천히 정서적 회복을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잊고 있던 과거 투자금 8500만원이 시간이 흐르는 사이 2억5000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그 돈으로 경기도에 집을 마련할 수 있었고, 그는 다시 삶을 정비할 수 있는 숨구멍을 찾았다.

박 원장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주식 중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신과 의사가 됐다. 방송에서 그가 내놓은 해법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첫 번째는 “앱을 한 달만이라도 지워라”다. 가격 알림, 실시간 호가창, 손가락 한 번이면 매수·매도가 되는 모바일 앱을 잠시라도 끊지 않으면, 뇌와 마음은 결코 시장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계부를 써라”다. 계좌 잔고의 숫자만 바라보는 대신, 실제 내가 얼마나 벌고 쓰는지, 내 삶의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 ‘현금 흐름’을 다시 들여다보라는 조언이다.

그는 “인생은 복권 같이 되지 않더라. 인생은 조약돌을 하나씩 쌓아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방을 노리다 무너졌던 자신의 시간을 떠올리면, 이 말은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체험에서 나온 결론에 가깝다.

한편 박 원장은 활발한 방송 활동과 함께 저서로는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구로동 주식 클럽’ ‘우린, 조금 지쳤다’ ‘살려주식시오’ 등을 집필하며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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