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겸 감독 하정우가 돌아왔다.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는 티키타카에 엉뚱하지만 발랄한 성인 코미디를 더했다. ‘하정우 유니버스’의 감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하정우의 네 번째 장편 연출작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이어지는 층간소음을 계기로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면서 벌어지는 청불 코미디다. 스페인 영화 ‘센티멘털’을 원작으로 하며 3일 개봉한다.

영화는 김선생(하정우 분), 수경(이하늬 분) 부부의 신음소리에 시달리는 정아(공효진 분), 현수(김동욱 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던 중 정아는 윗집의 정체가 자신이 구독하는 ‘멘탈코치 최코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아는 팬심을 앞세워 윗집 부부를 집으로 초대하지만, 현수는 이러한 초대가 썩 내키지 않는다.
식사가 시작되자 상황은 더욱 미묘해진다. 권태기 부부인 정아는 금실 좋은 김선생·수경을 보며 은근한 부러움을 느낀다. 이를 모른 척하는 현수는 층간소음 문제를 슬그머니 꺼내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의 식사 자리는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윗집 사람들’의 첫인상은 ‘반가움’이다. 하정우가 ‘롤러코스터’ ‘허삼관’ ‘로비’에서 선보였던 장점들이 총집합돼 있다. 정아와 현수의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네 인물이 주고받는 대사량이 상당한 만큼, 오직 말맛과 연기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예상을 깨는 순간에 불쑥 튀어나오는 대사들은 하정우 특유의 티키타카를 더욱 빛나게 한다.
전작의 아쉬움도 보완했다. ‘로비’에선 너무 많은 인물이 쉼 없이 대사를 쏟아내다 보니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작품에선 문어체 대사를 고려해 전체 자막을 삽입하며 관객에게 ‘읽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여기에 과감한 청불 코미디가 더해진다. 다소 숨기고 싶을 법한 부부의 성생활을 전면에 올려놓고, 유쾌한 궤변과 함께 풀어내 묘한 설득력을 만든다. 이를 통해 관객뿐 아니라 닫혀 있던 정아와 현수의 마음도 서서히 열리게 된다.
동시에 단순한 재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후반부엔 권태기의 벽을 넘지 못하던 정아와 현수가 비로소 마음을 열고 서로를 마주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김선생 부부가 성생활을 솔직하게 드러내듯, 이들 또한 감춰온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관계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단일 공간에서 펼쳐지는 상황극은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 충분히 극복한다. 극을 이끄는 공효진은 권태에 갇힌 정아를 생활감 있게 표현했고, 김동욱 역시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현수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이하늬는 작품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수경 역할을 안정적으로 소화했고, 하정우는 김선생 역으로 빽빽한 대사 속 숨통을 트이는 감초 역할을 해낸다.
‘하정우 유니버스’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얼굴도 등장한다. 하정우의 페르소나인 ‘롤러코스터’ 속 정신과 의사 이지훈이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배우들도 곳곳에서 깜짝 출연한다. 청불 등급의 성인 개그에 대한 장벽은 있으나, 관계에 대해 고민해본 이들이라면 한 번쯤 선택해볼 만한 작품이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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