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제주=원성윤 기자] 제주도의 관문인 강정크루즈 터미널 택시 승강장이 불법 호객 행위와 승차 거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겉으로는 정돈된 승차장이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운전자 없는 택시들이 줄을 서 있고, 일부 기사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노골적인 가격 흥정을 벌여 제주의 관광 이미지를 흐리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15일 오전 약3000명의 승객을 태운 크루즈선에서 하선한 수많은 관광객들이 승차장으로 향했지만, 기대와는 다른 풍경에 혼란스러워했다. 승강장에는 여러 대의 택시가 서 있었지만 텅 비어있는 차가 많았고, 승객들은 운전자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일부 택시 기사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흥정’을 시도하는 모습이 공공연하게 포착됐다는 점이다. 크루즈 한 외국 승객 A씨는 “외국 손님들에게 흥정하며 높은 가격을 부르고 동선까지 직접 짜고 있더라”고 전했다. 이러한 불법 행위로 인해 정해진 줄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다른 승객들은 정작 택시를 타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국내 관광객 B씨는 “가까운 거리를 가려고 했더니 문을 잠그고 다른 손님을 태우려는 듯 했다”며 “심지어 카카오 택시를 잡으려면 저 앞쪽으로 가서 잡으라고 하더라. 여기는 분명 택시 승강대라고 써 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외국인 관광객들 또한 갑작스러운 흥정과 승차 거부에 당황하고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

문제의 본질은 당장의 ‘돈 몇 푼’이 아니다. 가령 한 번 바가지요금으로 당했을 때, 관광객이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 C씨는 “돈을 많이 받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런 경험을 한 관광객은 두 번 다시 한국을 찾지 않는다는 점이 심각한 것”이라며 “정직하게 영업하는 대만이나 일본에 2박 3일 머물고 싶지, 이렇게 바가지 씌우는 제주나 부산을 기항지로 선택하고 싶겠나”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법 행위가 누적되면, 크루즈 선사들이 한국 기항을 아예 포기하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승객들의 불만이 쌓이면, 선사 입장에서는 대만 2박만 하고 제주나 부산은 거치지 않는 노선을 선택할 수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경제와 선량한 상인들에게 돌아간다.

일부 기사들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 이유가 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 D씨는 “하루에 한탕만 잘 잡아서 6만원 벌고 오후에 쉬겠다는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두다. 제주시에서 얘기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들의 단기적인 이익이 제주 관광 산업 전체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 셈이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경찰만 있어도 된다. 한 여행업 관계자는 “경찰 2명만 지켜봐도, 혹은 경찰차 한 대가 경광등만 켜놓고 서 있어도 기사들은 절대 저렇게 불법 주차나 호객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상황은 사실상 지자체와 관계 당국이 현장의 불법 행위를 알고도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단 몇 시간 만에 식사, 쇼핑, 관광에 돈을 쓰려는 수천 명의 잠재 고객이 한꺼번에 지역에 상륙하는 거대한 ‘경제적 기회’이다. 하지만 이들이 제주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겪는 첫 번째 경험이 불쾌한 택시 기사와의 실랑이라면, 이 거대한 경제적 기회는 첫 단추부터 어그러지는 셈이다. 3000명의 승객은 3000건의 개별 매출이 아니라, 배로 돌아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갈 ‘제주’라는 집단적 이미지를 대표한다.
터미널 입구에서 망친 첫인상은 이 수천 명의 관광객이 지갑을 닫게 만들고, 나아가 향후 일정에서 제주를 건너뛰도록 만드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주의 고부가가치 크루즈 관광의 미래는 ‘외돌개’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터미널 승강장의 정직한 ‘미터기’라는 기본적인 신뢰에 달려있을지 모른다. socool@sportsseoul.con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