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이 영화 ‘국보’로 일본 가부키 문화와 온나가타(가부키에서 여성 역할을 하는 남성 배우)를 조명했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일지라도, 잘 만든 예술은 언어와 문화, 그리고 국가를 넘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이상일 감독이 만들어 낸 ‘국보’도 그러하다.

이상일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국보’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국보’는 가부키 연극계에서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재일 한국인인 이상일 감독은 “확실히 저의 뿌리는 한국에 있다”면서도 “저는 일본에서 자고 나랐기 때문에 일본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제가 가부키에 대해 알고있는 지식은 일반적인 일본인들과 큰 차이는 없다. 가부키는 일본의 전통 예능이다. 제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일본 예능에 대해 접근이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감독은 “온나가타에 흥미를 가진 건 조금 더 이전이다. ‘악인’이라는 영화 이후에 온나가타 배우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배우를 모델로 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때 가부키와 온나가타에 관심을 가졌다”고 작품 출발 계기를 밝혔다.

온나가타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이상일 감독은 “굉장히 아름답게 보이고, 동시에 남성이 여성을 연기한다는 것이 어떻게보면 관점에 따라 그로데스크하게 보일 수도 있다”며 “거의 5~60년 동안 그 예술을 위해서 자신을 갈고 닦으면서 그 배우들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모습, 신비성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그런 실루엣이 나오는지 궁금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가부키’는 일본 전통 예술 중 하나인 만큼 전 세계 관객을 대상으로는 다소 장벽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상일 감독은 “당연히 ‘가부키’를 소재로 하는 영화이고, 일본의 전통 예술 중 대표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부키’에 대한 내용은 전 세계인이 모를지라도, 존재나 이미지는 갖고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더불어 이상일 감독은 “이번에 ‘가부키’ 자체를 그리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부키를 하는 배우와 그 배우를 지지하는 가족들에 대한 휴먼 드라마에 무게를 두고 영화를 그려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오페라, 셰익스피어극, 할리우드 영화가 있듯이 가부키 문화 역시 장벽을 넘어 관객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이상일 감독은 “자신의 인생을 걸고, 갈고 닦는 배우들은 빛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림자도 넓고 짙다. 그 그림자를 등에 지고 빛나는 존재와 예술을 통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미국이나 어디서든 보편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상일 감독은 “가부키 무대를 촬영할 땐 가부키를 소개하려고 하지 않았다. 거기에 나오는 배우들의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보는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단순히 가부키 연기자가 아니라, 사생활 속에 품은 감정이나 평소에 느끼는 중압감, 무대에 오른 기쁨 등 다양한 내면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국보’는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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