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파란색 기타를 멘 수호가 무대 위로 등장하자 객석은 환호로 가득 찼다.

지난달 30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더 모먼트: 라이브 온 멜론’(The Moment : Live on Melon)의 첫 무대는 엑소의 리더 수호가 열었다.

네 번째 미니앨범 ‘후 아 유’(Who Are You) 발매 직후 펼쳐진 이번 공연은 그가 구축해온 ‘수호 장르’를 온전히 담아내며 팬들과 특별한 순간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오프닝은 타이틀곡 ‘후 아 유’(Who Are You)와 수록곡 ‘라이트 더 파이어’(Light The Fire), ‘점선면’으로 시작됐다. 일렉 기타 연주와 함께한 라이브는 안정적이었다. 팬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어 ‘메디신’(Medicine)과 ‘버스데이’(Birthday) 무대에서는 댄서들과 호흡을 맞추며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첫번째 무대를 마친 수호는 “앨범이 나오면 가장 먼저 라이브로 들려드리고 싶었다”며 이번 무대의 의미를 직접 전했다.

공연이 거듭될수록 수호는 무대를 단순한 콘서트가 아닌 팬미팅이자 쇼케이스 같은 분위기로 만들었다. “오늘은 방송도 아니고 라이브 송출도 없으니 편하게 즐기면 된다”며 객석과 소탈하게 대화를 나눴다. 팬들이 직접 생일을 맞이한 관객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도 펼쳐졌다.

어쿠스틱 기타로 분위기를 바꾼 그는 ‘오투’(O2), ‘사랑, 하자’, ‘그레이 수트’(Grey Suit)를 차례로 들려주며 담백한 감성을 전했다. 잠시 멘트를 이어가던 수호는 솔직한 속내를 꺼냈다.

그는 “군 복무 시절 외롭고 추웠던 순간, 유튜브 댓글을 보며 위로받았다고 털어놓으며 당시 고민 끝에 만든 곡들이다”라고 말했다. 이 고백은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더욱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어 수호는 “저는 타고난 게 없다. 정확히 말하면 얼굴을 타고났다. 그 외에는 없는데, 대신 열심히 하고 끈기가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부모님과 하늘에 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후반부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수호는 상의를 탈의하고 무대에 올라 편곡한 ‘러브샷’(Love Shot), ‘으르렁’, ‘중독’(Overdose), ‘몬스터’(Monster)를 연이어 선보였다.

한 명의 아티스트가 홀로 엑소의 명곡들을 채운 무대였지만, 관객의 함성과 떼창은 멤버들이 함께하는 듯한 에너지를 만들었다. 특히 ‘러브샷’ 편곡 무대에서는 수호 특유의 카리스마와 여유 있는 퍼포먼스가 돋보였다.

마지막 곡은 직접 작사에 참여한 ‘골든 아워’(Golden Hour)다. 수호는 “엑소엘의 골든 아워는 바로 지금이길 바란다”며 팬들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앙코르 무대에서는 ‘페이드 아웃’(Fadeout), ‘메이드 인 유’(Made In You), 영어 버전 ‘후 아 유’(Who Are You)까지 선사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무대가 끝난 뒤에도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여운을 이어갔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신곡 쇼케이스가 아니었다. 1년 4개월 만의 컴백을 알린 수호가 솔로 아티스트로서 어떤 세계를 그려가고 있는지, 또 팬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자 하는지를 보여준 무대였다.

그는 멘트보다 노래와 퍼포먼스에 집중하며 동시에 진솔한 대화로 거리를 좁혔다. ‘더 모먼트 : 라이브 온 멜론’의 포문을 연 수호의 무대는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는 그의 말처럼, 음악·공간·순간을 완벽히 채운 시간이 됐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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