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그 어느 때보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무대 위를 뜨겁게 달군 군무 대신 귓가를 간지럽히는 발라드가 다가온다.
임재범과 신승훈과 같은 레전드 가수들에 이어 허각과 이창섭처럼 신예 발라드 가수들이 컴백한다. 12월엔 ‘발라드 세손’이라 불리는 정승환이 콘서트를 연다.
신승훈은 10년 만에 정규 앨범 ‘신시얼리 멜로디즈’(SINCERELY MELODIES)를 발매했다. 더블 타이틀곡 ‘너라는 중력’과 ‘트룰리(TRULY)’를 내세우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직접 작사·작곡한 선공개곡 ‘쉬 워즈’(She Was)를 비롯한 11곡을 담았다. 오는 11월 1·2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신곡과 함께 데뷔 35주년 기념 공연을 개최한다.
‘호랑이 보컬’ 임재범도 오는 11월 29일 대구를 시작으로 데뷔 40주년 전국 공연에 돌입한다. 지난 17일 발매한 신곡 ‘인사’의 라이브도 선보인다. 또 다른 레전드 김건모도 6년의 침묵을 깨고 활동 기지개를 켠다.

후배들도 출동한다. 허각은 23일 싱글 ‘9월 24일’을 발매했다. 이 곡은 2021년 임한별이 발표한 원곡을 허각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허각은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 위에 보컬이 차분히 스며들듯 시작해 후반부 감정이 폭발하는 고백의 순간 직전까지 절제된 감성을 유지했다. 원곡과는 또 다른 애틋한 매력이 나온다.
국내 최정상 보컬 그룹 비투비 멤버이자 리메이크 세계관 현존 최강자 이창섭도 돌아온다. 10월 중 두 번째 솔로 미니 앨범 ‘이별, 이-별’을 발매한다. ‘이별, 이-별’은 지난해 10월 발매한 첫 번째 정규앨범 ‘1991’ 이후 1년여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다. 캔의 원곡 ‘천상연’을 리메이크해 2024년 음원차트를 점령했고, 최근에는 ‘한번 더 이별’까지 히트한 이창섭의 새 노래에 이목이 쏠린다.
방송가에서도 발라드에 집중하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는 7080 음악으로 발라드 분위기를 깔아놨다. 이적과 하동균, 우즈와 같은 발라드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귀를 황홀하게 홀리고 있다.

SBS는 ‘우리들의 발라드’를 론칭했다. 그 시절 나의 노래였던 발라드를 새롭게 불러줄 2025년의 새로운 목소리를 찾겠다는 기획 의도를 가진 오디션 ‘우리들의 발라드’는 첫 회부터 심상치 않은 반응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심사위원이자 ‘발라드 세손’으로 불리는 정승환은 12월 5~7일 3일간 단독 공연 ‘2025 정승환의 안녕, 겨울’을 열고, 3년 만에 팬들과 만난다.
날씨도 날씨지만, 발라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일종의 K팝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빠른 템포의 멜로디와 후킹 위주의 음악이 천편일률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런 가운데 깊게 감성을 담아 부르는 발라드를 비롯해 옛 노래에 관심이 간다는 것이다.

한 가요관계자는 “가을에 발라드는 공식에 가깝다. 하지만 유독 다양한 형태로 발라드를 찾는 건 K팝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기도 하다”며 “국내에선 발라드가 전통의 인기 장르였다. 워낙 뛰어난 보컬들이 많아 올해도 발라드 열풍이 짐작된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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