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예능적인 면이 탁월하다. ‘요상한 춤’이 시그니처다. 보조개가 쏙 들어간 미소는 흐뭇한 미소를 부른다. 태생적으로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그 호감을 뒤로한 채 조선의 악녀가 됐다.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 강목주 역의 강한나다.

질투와 암투 투성이다. 희대의 악녀란 말이 아깝지 않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타인이 죽을 위기에 놓이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사이코패스나 다름없는데 밉지만은 않다. 미모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코믹스러운 장면에서 티 안나게 재밌는 표정으로 분위기를 환기하기도 하고, 뜻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짓는 표정도 꼭 무섭지만은 않은 덕이다.

강한나의 연기는 코미디 요소가 짙은 ‘폭군의 셰프’의 맛에 풍미를 더한다. 은근하게 갈등을 불어넣다가도 슬그머니 풀리고, 다시 무서운 분위기가 생기는 긴장이 강목주에게서 파생된다. 지나치게 악하기만 하면, 작품의 톤과 맞지 않았을 텐데 교묘하게 매력과 악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그 안에는 혹시나 이헌(이채민 분)의 마음을 뺏길까 싶어 드러나는 두려움과 불안도 엿보인다.

못된 짓은 골라서 다한다. 연지영(임윤아 분)이 점점 이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두려워지자, 어린 진명대군을 독살할 계획을 꾸민다. 연지영이 진명대군을 위해 만든 음식에 독을 넣은 것. 연지영이 위기에 처한 것을 기뻐하는 순간의 표정의 섬뜩하기까지 하다. 극의 갈등을 만드는 사이에서도 코미디와 정극을 적절히 오가며 톤을 정확히 맞추는 게 강한나의 강점이다. 평소 강한나가 갖춘 호감도 덕에 악이 악처럼 비춰지지 않으면서 작품의 맛을 더 살리는 셈이다.

강한나는 유독 사극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선 해수(이지은 분)의 연적으로 나와 깊은 인상을 남겼고, 조선 초 왕자의 난 사이에서 기녀와 장군의 사랑을 그린 영화 ‘순수의 시대’에선 매혹적인 매력을 드러냈다. KBS2 ‘붉은 단심’에선 당찬 성격으로 지략과 매력을 고루 갖춘 유정으로 분했다. 매 작품 강한나의 외형의 미가 관심을 받았다. 사극마다 유독 반응을 일으키는 강한나를 두고 일각에선 퍼스널 컬러가 ‘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연기력은 점점 성장하고 있다. 여러 차례 기회를 받으면서 초반부 무게감이 부족하단 평가에서 벗어났다. 특히 JTBC ‘비밀은 없어’에선 유쾌하고 밝은 방송사 예능 작가 온우주로 비타민 같은 에너지를 그려냈다. 다소 난해한 설정 속에서 큰 웃음을 일으키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악역과 코미디, 멜로까지 어떤 부분에서도 장기를 발휘하는 중이다.

강한나의 연기 덕에 ‘폭군의 셰프’는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지난 21일 방송된 10회분은 15.8%(닐슨코리아 케이블 기준)까지 치솟았다. 올해 손에 꼽는 인기작이다. 점점 더 하이라이트로 치닫는 가운데 강한나가 어떤 식으로 악한 면모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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