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 남학생이 여학생을 끌고 벽에 밀친다. 폭포수 같은 욕설이 쏟아진다. 여학생도 기죽지 않고 대든다.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남학생이 머리채를 잡고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한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말릴 사람이 아무도 없다. 여학생은 폭력을 처절하게 당한다. 피가 낭자하고, 눈도 금새 부었다. 남학생은 쓰러진 여학생을 향해 발길질도 서슴지 않는다. 감정이 폭발한다. 결국 여학생은 비굴함을 참다 못해 트럭에 몸을 던진다.
드라마 ‘청담국제고등학교2’ 8회, 박우진(장덕수 분)과 김해인(장성윤 분)이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서 만나는 장면의 묘사다. 민율희(박시우 분)와 파혼하게 된 박우진이 그간 자신을 멸시한다고 느낀 김해인을 불러 화풀이 하는 대목이다.
화풀이 치곤 과하다. 분노와 혐오가 가득한 이 장면은 너무 사실적이라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장면 전체에 생동감이 있다. ‘ㄴ’ 발음의 욕에 ‘ㄹ’ 발음을 활용한 것이 절묘했다. 욕설과 잔인한 장면을 즐기는 시청자에겐 체증이 내려갈 정도로 시원한 면도 있다.

이 장면을 이끈 주인공은 신예 장덕수(26)다. ‘청담국제고등학교’ 시리즈가 첫 실전이나 다름없었던 어리 배우다. 그런 그가 이렇게 생동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장덕수는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즌2 들어가면서 그 장면이 계속 숙제였다. 개인적으로 영화 ‘비스티보이즈’를 열심히 봤다. 하정우 선배님 연기가 교과서였다. 제 입맛에 맛게 대사도 바꿨다. 저도 몰입하다 심한 욕이 많이 나왔다. 감독님과 저, 성윤 누나의 합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어디서 저런 학교폭력 가해자를 데려왔을까?” 싶을 정도로 생동감이 짙다. 마약을 혀에 붙이고 활짝 웃는 장면도 그렇고, 김혜인(이은샘 분)에게 화를 내는 장면도 사실적이다. 펄떡펄떡 뛰는 날 것의 얼굴이 화면에 고스란히 잡힌다. 생김새는 가수 김재중과 닮았다. 훤칠한 키에 악독한 면과 순수한 면을 오가는 얼굴이 있다. 보석을 발굴한 느낌이다.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이 생동감이에요. 어떻게 하면 더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하는 거죠. 캐릭터를 연구할 때도 다른 작품보단 다큐멘터리를 살펴봐요. 그 안에 진짜 모먼트가 있거든요. 그리고 웹 드마라 ‘짧은 대본’에도 나왔는데, 감독님께서 늘 생동감을 중히 여기셨어요. 제가 손톱을 무의식으로 물어뜯은 후에 제가 어떻게 뜯었는지 다시 생각해보려고도 해요. 계속 자연스러움을 찾는 거죠.”
인터뷰 전, 인상이 사나울 것이란 편견이 있었다. 막상 본 장덕수의 실물은 매우 선하다. 말도 느린 편이고, 화법도 착하다. 차라리 tvN ‘첫, 사랑을 위하여’의 류정석(박해준 분)의 어린 시절과 더 닮았다.
“조금 많이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MBTI도 INFP예요. 어렸을 때부터 복싱이나 합기도, 유도, 수영을 배워서 몸 쓰는 건 조금 가벼운 것 같아요. 이모가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경찰이라서 계속 학원을 보내주셨어요. 그래도 욕도 안 하고 착하게 살아요. 친구들이 놀리면 ‘하지마’라는 말 밖에 못 해요. 자주 당해요.”

연기 잘하는 배우를 좋아하는 연출가들의 눈에 들은 모양이다. 경험이 많지 않음에도 굵직한 배역을 차지했다. tvN ‘미지의 서울’ ‘첫, 사랑을 위하여’에도 나왔으며, 아직 공개할 수 없는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이다. 배우 오디션 ‘캐스팅 1147km’에도 출연했다.
“조금씩이라도 기회를 얻어 다행이에요. 악역이든 선하 역할이든 연기 경험을 늘리고 싶어요. 환경과 배경이 늘 달라지고 캐릭터도 늘 새로워서 연기하는 게 재밌어요. 본능적으로 끌려요. 생동감을 놓치지 않고 계속 잘 연기해보고 싶습니다.”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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