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2025년 배급사 NEW가 유의미한 결과를 낳고 있다. 영화 ‘검은 수녀들’을 비롯해 ‘파과’ ‘하이파이브’에 이어 ‘좀비딸’까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작품성 뿐 아니라 흥행에서도 유의미하다.

특히 ‘좀비딸’은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개봉 11일 만에 300만을 돌파했다. 올해 300만을 넘긴 작품 중 가장 빠르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23일), ‘야당’(27일), ‘F1 더 무비’(40일), ‘미키17’(39일)와 비교해 압도적인 수치다. 손익분기점만 가도 대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던 상황에 흥행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선한 기획과 배우들의 호연, 보편적인 메시지 등을 완성도 높게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한 가족들의 고운 심정을 유쾌한 코미디로 적절히 풀어낼 뿐 아니라 후반부 참을 수 없는 눈물을 끄집어내는 울림까지 줬다는 평이다.

‘좀비딸’ 전부터 NEW는 꾸준히 평가가 좋았다.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 격인 ‘검은 수녀들’은 구마와 여성 연대라는 메시지를 적절히 녹였다는 평가다. 특히 송혜교의 안정감 있는 연기가 호평받았다. 손익분기점인 160만을 넘긴 누적관객수 167만으로 마무리 했다.

‘파과’는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조각(신시아, 이혜영 분)이란 이름으로 킬러로 살아간 여인의 이야기다. 여성들의 액션이 비교적 어설프다는 인식을 깼다. 이팔청춘과 썩은 과일의 중의적인 메시지를 담은 ‘파과’를 조각의 삶으로 표현했다. 투우 역을 한 김성철의 스펙트럼도 눈에 띄며, 신시아의 액션 연기도 볼 만하다. 손익분기점엔 못 미친 누적 관객수 55만이지만, 전통 누아르의 맛을 충분히 살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하이파이브’는 두고 두고 아까운 작품이다. 강형철 감독이 첫 시도한 B급 액션 코미디 ‘하이파이브’는 영화인 사이에서 올해 가장 잘 만든 한국영화란 평가도 나온다. 큰 수술 후 초능력을 우연히 얻게 된 다섯 명이 힘을 모아 같이 초능력을 흡수하는 능력을 가진 악인을 처치하는 이야기다. 이재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벌어지는 가운데 안재홍과 라미란, 유아인, 오정세, 박진영, 신구 등이 조화롭게 연기를 펼쳤다. 눈을 휘젓는 액션과 더불어 적재적소에 터져나오는 유머가 이 영화의 강점이다. 이재인의 잠재력과 유아인의 멋, 안재홍의 유머, 라미란의 진정성, 박진영의 존재감, 오정세와 신구의 노련미가 돋보인다.

올해 영화계는 연일 동장군이다. 국내 영화나 해외 영화나 400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억명 영화 관객 시장은 옛말이 됐다. 1억명은 커녕 겨우 9000만 관객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극 호황기 때 대비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작품을 만들었던 결과일 수 있다. 떠난 관객의 마음을 도통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NEW가 희망을 쏘고 있다. 의미 있는 작품을 꾸준히 배출하면서 한국 영화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관객은 재밌는 한국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니즈가 여전히 있다”는 영화계의 인식을 ‘좀비딸’로 확인한 셈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관객 추이를 보면 대중은 좋은 한국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고 싶어 한다. 다만 시간 뺏겨 가면서 좋지 않은 영화를 보기 싫은 감정이 더 커진 것 같다”며 “좋은 영화를 계속해서 만든다면 다시 호황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ntellybest@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