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 기자] 콜린 벨 감독은 지난 2019년 10월부터 여자축구대표팀을 이끌며 ‘시스템’에 관해 작심발언을 쏟아내곤 한다. 세계 여자축구 수준은 올라가고 있는데, 한국은 따라가기는커녕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8일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친선 평가전에서 2-1 승리를 거둔 후에도 시스템 비판은 이어졌다. 젊고 유망한 선수를 발굴하고 키우기 위해서는 16, 17세의 가능성 있는 선수가 여자축구 생태계의 꼭대기인 WK리그에서 뛰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세대교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벨 감독은 “16, 17세 선수들은 WK리그에서 뛸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시스템 탓에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세계적인 레벨을 지닌 국가는 이미 어린 선수들이 성인 무대서 뛰고 있다. 내가 대표팀 감독으로 있던 독일과 노르웨이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한국을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어리고 좋은 선수들을)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난 WK리그를 손바닥 보듯 잘 알고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부임 때부터 종종 WK리그의 경쟁력을 언급했고,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조별리그 모로코전 패배 직후에는 “WK리그 대부분 선수가 ‘우리가 이기면 좋다, 그런데 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번 월드컵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또 2024 파리올림픽 2차 예선을 앞두고도 환경과 시스템 지적을 이어갔다.

물론 벨 감독의 시스템 지적이 이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벨 감독이 한국에 부임한 이후 선수들의 경기력과 A매치 횟수 등 여러 방면에서 발전을 거듭한 건 사실이지만, 시스템을 얘기하기에 앞서 주어진 환경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이 본업인 A대표팀 감독의 역할이다.

벨 감독은 지난해 4월 대한축구협회와 계약을 연장하면서 연령별 대표팀의 어드바이저 역할을 겸임하고 있다. 시스템 발언은 모두 사실상 ‘고문’으로서 역할에 가깝다. 감독으로서 성적은 내지 못하면서 공개 석상에 설 때마다 고문역할만 하는 벨 감독의 ‘애매한’ 포지션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기 어렵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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