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LG에 당한 ‘돌아온 괴물’ 류현진(37)이 역대급으로 관심이 컸던 개막전을 돌아보며 ‘다음’을 응시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4188일 만에 KBO리그 마운드에 섰다. 자신에게 첫 승과 최다 탈삼진(17개)를 선물했지만, 이제는 디펜딩챔피언이 된 LG를 상대했다. 팬 반응은 뜨거웠다. 티켓을 구하기 위해 밤을 새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2024 KBO리그 개막전(23일)이 열린 잠실벌은 그래서 시선이 집중됐다.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르자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LG 선수들도 더그아웃에서 나와 기립 박수로 류현진을 맞이했다. LG 1번 타자 박해민은 존경의 메시지를 담아 돌아온 류현진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박해민은 “미국에서 한국 야구와 국가를 빛낸 선수다. 그래서 선두 타자인 내가 인사하기로 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고생하셨고, 한국 야구를 빛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존경의 뜻을 담아 인사했다”고 당시 순간을 돌아봤다.

하지만 해피 엔딩은 아니었다. 속구 구속은 꾸준히 시속 145㎞ 이상 찍었고, 최고 구속은 150㎞였다. 빅리그에서도 90마일(144.8㎞) 이상을 유지하면 임무를 완수했던 류현진인데 이날은 반대였다.

2회말 만루에서 신민재에게 2타점 적시타, 4회말 박해민과 홍창기에게 적시타를 맞고 고개 숙였다. 김현수에게도 좌전 안타를 맞고 이태양과 교체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복귀전이자 개막전 등판이 3.2이닝 5실점(2자책) 패전으로 끝났다.

류현진은 24일 전날을 회상하며 “많은 분이 오셔서 응원해주셨다. 정말 기분 좋게 마운드에 올랐다. LG 선수들도 반갑게 맞이해줘서 고마웠다”며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한 시즌의 첫 경기니까 시작을 잘 만들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예전에도 개막전에서 안 좋았을 때가 있었다. 이 부분을 위안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스스로 털어놓은 고전 원인은 제구였다. 실제로 적시타를 허용한 투구 모두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서 형성된 실투였다. 류현진은 “컨디션은 좋았다. 날씨도 좋았다. 좋은 컨디션이었는데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제구가 더 중요함을 다시 느꼈다”고 밝혔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유독 강했던 LG를 12년 만에 상대한 것을 두고는 “타석에서 끈질기게 달라붙더라. 어떻게든 콘택트하려는 타자가 많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몸쪽 속구 위주의 볼배합으로 LG 타선을 빠르게 잡으려 했지만 그 속구가 결정적인 순간 실투가 되면서 원치 않은 결말을 맞이했다.

이제 시작이다. 선발 투수의 경우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면 30경기 내외를 등판한다. 류현진은 로테이션상으로 오는 30일 대전 KT전에 마운드에 올라 첫 홈 경기에 임한다. 류현진은 “여러모로 만족하지 못할 경기임은 맞다. 그래도 예방주사가 됐다고 생각한다. 선발 투수 역할을 할 수 있게 다음 경기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4회말 수비 실책을 범한 문현빈은 곧바로 감싸 안았다. 류현진은 “4회가 끝나고 (문)현빈이가 와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실책 하나로 실점이 늘었다고 하던데 괜찮다고 했다. 괜찮으니까 고개 들고 당당히 플레이하자고 얘기했다”고 2년차 신예 후배에 힘을 불어넣었다.

문현빈에게는 낯설고 힘든 경험이지만 류현진은 프로 커리어 18년 동안 산전수전을 겪었다. 세계최고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도 동료의 실수로 위기에 빠지고 패전 투수가 됐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이제 겨우 한 경기다. 류현진이 말한 예방주사 의미도 여기에 있다. 투수로서 기본을 느꼈고 한국 타자들의 습성도 챔피언 팀을 통해 체험했다. 류현진은 “한국 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이 역시 뛰어나다. 제구가 안 되면 소용이 없다. 140㎞ 초반이 나와도 코너워크가 돼야 한다. 그럼 좋은 성적이 날 것”이라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다시 정립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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