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주=김민규기자] “멜로망스 김민석과 배우 안효섭 팬이에요.”

필드 위에서 거침없는 샷을 뽐내던 ‘여장부’의 기운은 없다. 골프장 밖에선 수줍음 많은 영락없는 중학생의 모습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를 이끌어갈 기대주 박서진(15·서문여중3)의 얘기다. 박서진은 “(김민석, 안효섭과) 함께 라운딩하고 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20만 달러) 3라운드가 끝난 지난 21일 박서진을 만나 대회 출전 소감, 앞으로의 목표 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한골프협회(KGA) 추천 선수로 대회에 출전한 박서진은 “평소에 동경해왔던 선배들을 일찍 만나서 너무 좋았다”며 “김세영, 김효주 선배를 예전부터 좋아했는데 함께 플레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롤 모델인 김세영 선배와 함께 라운드했는데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수줍게 말했다.

박서진은 이번 대회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해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미·일 통산 64승을 따낸 ‘베테랑’ 신지애(35)와 이정은6(27·대방건설)이 공동 5위, 신지은(31·한화큐셀) 공동 10위 다음으로 높은 순위다. 그것도 중학생 아마추어가 말이다.

그는 올해 한국주니어선수권대회서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지난달 1일 끝난 카카오VX 매경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여자부에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품에 안으며 주목받았다. 지금 기세라면 내년 국가대표도 떼놓은 당상이다. 여기에 박서진의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260야드(약 237m)에 달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285야드 이상 화력을 뽐내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보다 돋보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장타여왕’ 방신실(평균 263.4야드)과 견줘도 손색없는 장타자다. 이 같은 성장에는 스승인 박준범 코치의 가르침이 밑거름이 됐다.

박서진은 “‘KOREA(코리아)’라고 쓰인 국가대표 옷을 입고 모자도 쓰고 싶었다. 그래서 태극마크를 꼭 달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차세대 ‘장타 여왕’에 대해 박준범 프로는 “아무래도 장타자들이 경쟁력 측면에서는 비교 우위다. (박)서진이와 함께 2년 전부터 비거리 늘리는 훈련을 많이 했다”며 “서진이가 또래 친구들보다 체격도 좋은 것도 장점이다. 비거리가 많이 나는 선수들이 아무래도 우승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서 트레이닝하면서 몸도 만들고 스윙 부분에서 거리 늘리는 연습도 했다”고 설명했다.

장타력 덕분일까. 박서진은 이번 대회에서 초청받은 아마추어 선수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실제로 그는 대회 1라운드 4언더파 68타로 출발했다. 2라운드에서 2오버파 74타를 적어 주춤했으나 3라운드 5언더파 67타를 적어 중간 합계 7언더파 209타로 공동 11위에 올랐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로 공동 13위로 마무리했다. 대회 ‘톱10’을 기대했지만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어린 선수답지 않은 안정된 경기력을 뽐내며 한국여자골프의 밝은 미래를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박서진은 “대회 첫날은 괜찮았는데 둘째 날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내가 조 마지막에 플레이해서 경기 진행 같은 것도 신경 쓰다 보니 조금 흔들렸던 것 같다. 그래서 아쉬운 게 많았다”며 “3라운드부터는 코치님과 얘기했던 대로 잘한 것 같다. 첫날 좋았던 페이스를 다시 찾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필드 위에선 ‘여장부’와 같이 기세가 대단하지만 밖에선 영락없는 중학생이다. 여느 중학생처럼 연예인을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배우 안효섭과 그룹 멜로망스의 김민석이다. 그는 “배우 안효섭님과 멜로망스의 김민석님을 좋아해요. 너무 잘 생기셨어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박서진은 “(안효섭, 김민석과) 함께 라운딩했으면 좋겠어요. 혹시 라운딩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전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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