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많은 시청자가 예상했던 대로 방칠성(이덕화 분)은 살아있었다. 땅이 까마득히 보이지 않는 다리 위에서 머리부터 떨어져 피가 철철 흘렀음에도, 방칠성은 살아났다. “부검하기 전까지 죽은 게 아니다”라는 김순옥 작가 작품의 공식이 SBS ‘7인의 탈출’에서도 발현된 셈이다.

개연성을 무시하기로 자자한 ‘김순옥 월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 작가 작품은 기본적으로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는 상황을 마음껏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7인의 탈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성형수술을 했어도 목소리는 그대로여야 할 텐데, 아무런 고심도 없이 목소리도 바꿨다.

민도혁(이준 분)이 이끈 특별한 섬에는 상상하기 힘든 특이한 생물체가 돌아다니는 것은 물론 독성이 있는 식물도 살았다. 드라마는 마치 할리우드 영화 ‘데스티네이션’과 닮았다. 꼭 죽었어야 하는 인간을 운명이 해치워가는 세계관을 담은 ‘데스티네이션’처럼 유명세가 덜한 캐릭터만 정확히 골라 죽이고 있다. 사람들이 허우적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누군가의 뒷모습은 마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그것과 같다. 그 가운데 최후의 7인만 남기려는 제작진의 속내가 훤히 보인다.

지난 29일 방송된 ‘7인의 탈출’에선 죽은 줄 알았던 방칠성이 다시 살아나 강기탁(윤태영 분), 민영기(이휘소 분)과 손을 잡고 자신을 죽이려 한 금라희(황정음 분)와 차주란(신은경 분), 한모네(이유비 분) 등에게 던질 복수의 서막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방칠성이 사라지고 승승장구하는 있는 금라희와 한모네, 차주란, 양진모(윤종훈 분)가 한모네를 위한 팬미팅을 맞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울분에 찬 주용주(김기두 분)가 한모네에게 겁박하자 이를 막으려던 사람들이 주용주에게 물고문을 했고, 그는 즉사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수십명의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민도혁이 가까운 섬에 가서 시체를 묻자고 제안했고, 모든 사람이 그 섬으로 갔다. 마치 상상 속에만 있던 섬이 눈앞에 펼쳐졌다. 본 적 없는 생명체가 다니고, 맛있는 열매가 가득했다. 섬의 분위기는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와 닮았다. 좋았던 것도 잠시, 큰 요트가 떠내려갔다. 일단 구조를 요청하기로 한 사람들은 시체를 묻기 위해 동굴로 움직였다.

이른바 ‘순옥적 허용’은 이 시점부터 폭발하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엄청난 양의 박쥐가 몰아치는 것에 이어 카메라가 장착된 멧돼지가 사람을 공격했고, 엄청난 크기 돌덩이가 무너졌다. 독성이 있는 식물은 인간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극 중 인물들이 하나씩 죽어갔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매튜리(엄기준 분)의 얼굴에서 방송은 끝났다.

워낙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순식간에 벌어진 터라 시청자들은 오히려 반기는 모양새다. “‘병맛’도 이 정도면 인정”이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야기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공식을 모두 무시한 채 제작진이 원하는 방향으로 무식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이 차라리 캐릭터라는 의미다.

비판조차 에너지가 아까울 정도다. 매튜리로 얼굴도 바꾸면서 목소리까지 완벽히 변해버린 것에 드라마는 아무런 설명이 없고, ‘아바타’를 연상시키는 섬에 대해서도 조금의 암시도 없었다. 그런 특별한 섬이라면 미디어에서 먼저 찾고 알려지기 마련인데, 김순옥 작가가 가는 길에 현실적 고민은 사치에 가깝다.

이미 어디선가 봤던 기시감이 모든 장면에서 엿보이고, 뻔하고 흔한 자극만을 남기는 이야기의 흐름은 반감만 일으킨다. 배우들은 몇 톤은 높은 목소리로 과잉된 연기를 일관한다. 이 역시 강렬한 인상만을 남기려는 제작진의 뻔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해도, 배우들의 커리어엔 방해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쁜 의미로 드라마의 공식을 모두 파괴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어디까지 향해갈까. 시청자들은 또 손가락질하면서 이 드라마를 끝까지 시청할까. 그렇다면 정도를 걷고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다른 창작자에 대한 부끄러움은 조금도 없는 것일까. 드라마 내용보다 외적인 궁금증이 더 커져만 간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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