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삼성 ‘끝판대장’ 오승환(41)이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로 출격한다.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았기에 길게 던지면서 구위를 올리고자 한다. 과거 삼성이 이따금씩 사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삼성은 2일부터 4일까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키움과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주중 3연전을 치른다. 2일 선발은 데이비드 뷰캐넌이다. 그리고 3일 선발이 의외다. 오승환이 나간다. 설이 돌기는 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스포츠서울에 “최근 오승환이 페이스가 좀 안 올라오는 면이 있다. 불펜으로 짧게 던지는 것보다, 선발로 나가서 길게 던지면서 구위를 되찾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해서든 살려서 써야 하는 투수 아닌가. 투수코치의 제안이 있었고, 해보기로 했다. 투구수 제한은 딱히 없다. 던질 수 있을 때까지 던져야 하지 않겠나. 던지면서 자신의 좋을 때 감을 회복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오승환은 2005시즌 프로에 온 이후 처음으로 선발로 나서게 됐다. KBO리그 통산 620경기를 뛰며 단 한 번도 없었던 선발 등판이다.

삼성은 과거 선동열-류중일 감독 시절에도 간간이 불펜투수를 선발로 낸 적이 있다. 몸으로 체험한 이도 있다. 현재 삼성 투수코치인 정현욱 코치다.

지난 2012년 개막 후 6월7일까지 평균자책점 4.70으로 썩 좋지 못했다. 윤성환이 허벅지 부상으로 등판하지 못하게 되면서 6월8일 선발로 나섰다. 당시 류중일 감독은 “정현욱이 선발 등판을 계기로 좋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4.2이닝 6피안타 3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잘 던졌다. 4회까지 실점 없이 막았고, 토선이 1회 1점을 내면서 승리투수도 바라볼 수 있었다. 5회 흔들리면서 교체된 것이 아쉽다. 이날 삼성은 1-5로 졌다.

이후 정현욱이 부활에 성공했다. 선발 등판 다음날인 6월9일부터 계산하면 33경기 35이닝, 2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1.80을 찍었다. ‘믿을맨’의 귀환이었다.

오승환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 올시즌 10경기 10이닝, 1승 1패 2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에 그치고 있다.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무리 자리에서도 잠시 내려왔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는 법이다. 오승환도 안간힘을 쓰고 있고, 삼성도 마찬가지다. ‘선발 등판’이라는 강수까지 뒀다.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오승환이 자칫 초반에 흔들린다면 경기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승환을 살리기 위해 이런 방법까지 동원한다. 사령탑 입에서 “살려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만큼 팀 내 비중이 큰 선수다. 정현욱 코치가 그랬던 것처럼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한편 오승환의 은퇴설까지 나왔다는 말에 박진만 감독은 “이제 개막 한 달인데 그 무슨”이라며 오히려 크게 웃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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