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유해진이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의 다섯 번째 ‘천만 영화’가 됐다.

앞서 ‘왕의 남자’(2005)를 시작으로 ‘베테랑’(2015) ‘택시운전사’(2017) ‘파묘’(2024)에 이은 기록이다. 이로써 유해진은 아홉 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한 오달수, 일곱 편의 기록을 가진 마동석에 이어 한국 영화계 세 번째 ‘천만 기록 배우’로 이름을 올렸다.

유해진의 필모그래피는 한국 영화계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1997년 영화 ‘블랙잭’으로 데뷔한 그는 ‘주유소 습격사건’(1999) ‘공공의 적’·‘라이터를 켜라’(2002) ‘달마야 서울가자’(2004) 등을 통해 스크린에서 차근차근 존재감을 쌓았다. 물론 처음부터 주연 배우는 아니었다. 단역으로 시작해 조연을 거치며 오랜 시간 현장을 지키며 자신의 자리를 넓혀왔다.

그의 첫 번째 천만 영화는 2005년 개봉한 사극 ‘왕의 남자’였다. 이후 약 10년 뒤 ‘베테랑’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다시 한 번 기록을 더했다. 이어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택시운전사’, 오컬트 장르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파묘’까지 연달아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올해 ‘왕과 사는 남자’까지 천만 관객 대열에 합류하며 다섯 번째 기록을 완성했다.

특히 유해진의 천만 커리어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극, 범죄 액션, 실화 드라마, 오컬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그의 필모그래피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이는 곧 유해진이 장르를 가리지 않는 배우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유해진의 가장 큰 장점 역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다. 장르에 한계를 두지 않고 넘나들며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웃음을 유발하는 감초 캐릭터부터 극의 긴장감을 이끄는 인물까지 자유롭게 오갔다. 선역과 악역을 가리지 않는 그의 존재감은 자연스럽게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로 이어졌다.

특히 유해진은 극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능력이 탁월한 배우로 꼽힌다. 웃음을 끌어내면서도 감정을 놓치지 않고, 무거운 서사 속에서도 관객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중심을 잡는다. 때로는 이야기의 균형추가 되고, 때로는 긴장을 풀어주는 숨구멍이 된다.

그의 진가는 이번 ‘왕과 사는 남자’에서도 드러났다. 유해진은 극 중 엄흥도 역을 맡아 이야기의 흐름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사극 특유의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도 능청스러운 유머와 인간적인 매력을 더하며 관객의 시선을 대변했다. 극이 지나치게 무거워질 수 있는 순간마다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아주며 이야기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냈다.

유해진의 연기는 언제나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남긴다. 화려하게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수십 년간 쌓아온 연기 내공으로 그는 매번 스크린 속 인물을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이번 다섯 번째 천만 기록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상업영화의 굵직한 흥행작들마다 유해진의 이름이 함께 기록돼 있다. 스크린 속에서 그는 언제나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력자이자, 때로는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단역에서 출발해 조연, 그리고 주연까지 영역을 넓혀온 유해진의 커리어는 그 자체로 한국 영화계의 산증인이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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