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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WBC 5차례 대회까지 한국대표팀의 사령탑은 4명이 투수 출신이었다. 1, 2, 4회 대회 김인식, 3회 류중일, 5회 이강철 감독이다. 류중일 감독만이 유격수 출신이다.
2023WBC 대회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놓고 전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이 경합을 벌였다. 이 감독을 선택한 배경은 투수운용에서 낫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메이저리그 국가인 미국이나 이에 영향을 받은 중남미 국가들과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은 역대로 WBC 감독에 투수 출신을 뽑은 적이 없다. 반면 국내에서는 투수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그런데 투수 운용에서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라는 이강철 감독은 호주, 일본전에서 원칙도 대응전략도 보이지 못했다. 한마디로 땜방식 투수교체에 급급했다.
WBC를 미국에 중계한 폭스-TV의 스티브 넬슨 캐스터는 지난 9일 호주전에서 3점 홈런을 날린 양의지를 8회 타석에서 좌타자 김혜성으로 교체하자 “탬파베이 레이스 케빈 캐시 감독을 보는 것 같다”는 코멘트를 했다.
캐시 감독은 철저한 세이버메트릭스 기록에 근거한 대응으로 유명하다. 홈런을 쳤어도 다음에 좌-좌 대결이면 바꾼다. 이 감독도 호주전에서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홈런 타자 타석에 대타를 쓴 것이다.
캐시는 지난 2020년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호투하고 있는 선발 브레이크 스넬을 교체해 ‘다저스 X맨’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후폭풍에 시달렸다.
6회 1사까지 삼진 9개에 2안타 1실점한 스넬을 9번 타자 오스틴 반스에 안타를 허용하자 불펜의 닉 앤더슨을 불렀다. 탬파베이가 1-0으로 앞선 상황이었다.
캐시는 경기 후 선발투수 스넬은 타선이 4번째 타순이 돌아올 때 좋지 않아 선제적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체 후 앤더슨은 무키 베츠에 2루타를 허용하고 폭투와 1루 땅볼로 2실점해 경기는 역전됐다.
캐시는 메이저리그에서 이른바 바람잡이 선발인 오프너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불펜야구 빈도수가 다른 팀보다 많다. 지난 시즌 불펜의 투구이닝이 682.2이닝으로 MLB 최다다. 선발이 좋은 휴스턴이 495.1이닝으로 최소.
메이저리그에서는 선발이 오프너일 경우 불펜야구를 선언한다. KBO리그와는 다른 점은 불펜투수들이 워낙 우수하다는 것. 그래서 불펜야구를 해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대등한 경기를 벌인다. 불펜게임이라고 일방적이지 않다.
2020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LA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 때 MLB 플레이오프 역사상 최다 11명의 투수를 투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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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조별 1라운드는 엄밀하게 말해서 불펜야구다. 선발투수가 65개의 투구수에 제한돼 있어 4이닝 정도가 맥시멈 피칭이다. 투수출신 이 감독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MLB 불펜야구의 기본 방식은 이닝으로 끊어 투수가 투입된다. 오프너 선발 이후 불펜투수들은 거의 1이닝씩을 책임진다. MLB는 최소 3타자 상대가 정착돼 좌완의 원포인트 릴리프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아울러 투수교체 첫 타자 때 좌-좌, 우-우 매치업도 따르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은 호주전 7명, 일본전 10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일본전은 우리 야구사상 국제대회 한 경기 최다 투수 투입이다. 사실 KBO리그 올스타급인 대표팀은 불펜야구를 해도 된다. 기량이 검증돼 있고 그만한 능력도 있다.
그러나 호주, 일본전에서 이 감독은 투수를 새로운 이닝이 시작될 때 투입한 경우는 호주전 소형준(7회)과 일본전 구창모(7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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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 맞은 뒤 투수를 교체하는데 급급했다. 가급적 이닝으로 끊는 이유는 불펜투수에게 유리해서다. 실질적으로 앞 이닝 위기 상황에서 0.2이닝을 호투해도 교체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미련을 가지면 얻어 맞게 돼있다. MLB에서 마무리 투수의 4아웃, 5아웃 세이브가 어려운 이유와도 맥이 같다.
이 감독의 투수운용에 탁월하다는 평가는 WBC 대회에서 무색해졌다. 불펜에서 빼는 카드마다 오작동이 됐다. 물론 오작동의 책임을 온전히 이 감독이 질 수는 없다. 프로페셔널 투수들의 책임이 더 크다.
2경기에서 투입된 17명의 투수 가운데 짧은 이닝이라도 퍼펙트로 막은 투수는 호주전 이용찬, 일본전 박세웅 뿐이니, 이 감독도 답답했을 것이다.
한국대표팀의 침몰 원인은 간단하게 딱 2개다. 감독의 투수운용 실패, 그리고 투수들의 기량 미달이 빚은 결과다. 야수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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