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좌완 선발투수 김광현이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B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3회말 실점이 이어지자 원태인으로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도쿄(일본)=황혜정기자]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세계 최강팀으로 도약하기 위해 결의를 다진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오히려 투수 부재를 절감했다.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일본전에서 젊은 투수를 대거 투입했지만 흐름을 잠그지 못했다. 선발 김광현이 2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하고도 3회 위기를 넘기지 못했는데, 이어 등판한 투수도 흐름을 잠그는데 실패했다. 타선이 반격할 시간을 벌어줘야 하는 투수들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최정예 멤버로 나선 일본과 수준차를 절감했다.

김광현은 2회까지 삼진 다섯 개를 잡아내는 등 압도적인 구위로 일본 타선을 잠재웠다. 3회초 양의지의 선제 2점 홈런과 이정후의 적시타 등으로 3점을 뽑아낼 때까지만해도 흐름을 장악한 것처럼 보였다.

대한민국 우완 원태인이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B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3회말 김광현에 이어 등판해 오타니를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그러나 3점 리드를 안고 시작한 3회말, 하위타순을 상대로 연속 볼넷을 내줬고, 안타 3개를 잇달아 헌납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무사 2,3루에서 급히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이 오타니 쇼헤이를 자동고의4구로 내보낸 뒤 무라카미 무네타카를 유격수 희생플라이로 잡아내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그러나 요시다 마사타케에게 중전 적시타를 내주고 3-4로 역전을 허용했다.

원태인이 5회말 곤도 겐스케에게 던진 체인지업, 곽빈이 오타니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은 몸쪽 속구 모두 실투였다. 포수 양의지는 바깥쪽으로 요구했지만, 좋아하는 코스로 날아들어 통타당했다. 제구가 부족하다는 게 하필 일본전에서 도드라졌다.

대한민국 좌완 김윤식이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B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6회말 정철원에 이어 등판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박건우의 홈런으로 2점 차로 따라붙은 6회말에는 정철원이 속구 승부로 일관하다 나카노 카무쿠에게 우익선상 3루타를 허용했다. 변화구 제구 자신감이 떨어지니, 속구를 연거푸 던졌다. 일본프로야구는 시속 150㎞ 이상 강속구 투수가 수두룩하다. 같은 타이밍으로 같은 구종을 잇달아 던지면 승산이 없다.

대표팀 투수운용은 이때부터 꼬였다. 정철원을 구원한 김윤식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데 급급했고, 밀어내기 볼넷으로 기세를 넘겨줬다. 이어 등판한 김원중도 연속안타를 내주고 강판됐다. 팔 스윙이 짧아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구창모는 실종됐고,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었지만, 시속 150㎞ 이상 강속구를 던지는 잠수함 정우영은 세 박자가량 늦게 마운드에 올랐다. 6회까지 일곱 명이 마운드에 올랐는데 깔끔하게 막아낸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11안타 4사구 5개로 11점을 잃는, 최악의 경기를 했다.

대한민국 좌완 선발투수 김광현이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B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3회말 실점이 이어지자 원태인으로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마무리 고우석이 몸 담 증세로 전열에서 이탈한 게 대표팀 투수 운영에 큰 변수가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하나씩 잘라쓰는 단기전 특유의 계투작전도 실종됐다. 첫 경기 패배로 벤치가 위축된 게 느껴질만큼 움직이지 못했다. 경험부족이라는 말로 위로하기에는 수준 차가 너무 극명했다.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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