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상대 삼진잡아내는 김광현[포토]
대한민국 좌완 선발투수 김광현이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B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회말 2사 후 오타니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소리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도쿄(일본)=황혜정기자] 회심의 슬라이더가 볼 판정. 그것도 원바운드로 날아갔다.

중견수 쪽을 돌아보며 슬며시 미소짓던 ‘일본 킬러’는 다시 한 번 시속 140㎞짜리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또 볼. 이번에도 출발부터 볼이었다. 미소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악 문 ‘일본 킬러’는 슬라이더 두 개를 연거푸 던져 기어코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원조 일본 킬러’ 김광현(36·SSG)이 일본이 자랑하는 오타니 쇼헤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호주전 패배 뒤 공분을 산 한국은 예상보다 밝은 분위기로 ‘숙명의 한일전’에 임했다. 대표팀 이강철 감독도 “중요성은 말 안해도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이긴다는 각오로 나설 것”이라고 승부욕을 드러냈다.

2007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부터 일본을 상대하며 ‘대한민국 대표팀 왼손 일본킬러’ 계보를 이은 김광현은 그래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다. 초반 흐름을 만들어 선취점을 뽑으면, 일본을 침몰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타니 상대 삼진잡아내는 김광현[포토]
대한민국 좌완 선발투수 김광현이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B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회말 2사 후 오타니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현역 메이저리거인 라스 눗바를 상대로 두 가지 버전의 슬라이더로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을 파악한 김광현은 결정구인 슬라이더로 중견수 플라이를 잡아냈다. 긴장할 수 있는 1회 첫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자, KBO리그 베테랑 다운 구위로 일본 상위 타선을 잠재웠다.

곤도 겐스케에게 속구 두 개를 연거푸 던져 1-1을 만든 뒤 커브로 파울을 유도했다. 이날 8구 만에 커브를 던져 일본 타자들의 노림수를 파악하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슬라이더 투수 이미지가 강한 김광현을 상대로 일본 타선은 ‘히팅 포인트 상향 조정’을 카드로 들고 나왔다. 곤도가 무의식적으로 커브에 반응한 건 이들의 경기 플렌을 증명하는 대목. 슬라이더 세 개로 풀카운트를 만든 김광현은 바깥쪽 속구(시속 146㎞)로 삼진을 잡아냈다.

그리고 만난 타자는 일본의 자랑 오타니. 초구를 몸쪽 커브로 선택한 김광현은 빠른 커브(시속 122㎞)로 오타니와 기싸움했다. 이어 1회 최고인 시속 148㎞짜리 속구로 배트를 끌어내 1볼 2스트라이크를 만들었고, 회심의 슬라이더를 뿌렸다. 두 차례 슬라이더가 볼 판정됐지만, 김광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절묘한 바깥쪽 슬라이더에 오타니가 가까스로 파울을 만들었고, 같은 코스로 조금 더 정확히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기선제압 싸움으로 보면, 김광현의 완승이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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