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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야구대표팀이 2023 WBC 1라운드가 열리는 일본 도쿄로 향하고 있다. 캡처 | 체코 야구협회 공식 트위터.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예선 최대 이변이었다. 지난해 9월 전직 메이저리거 혹은 마이너리그 유망주로 구성된 스페인을 격침했다. 선수 대부분이 아마추어 리그에서 뛰고 있고 1952년 이후 단 한 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하지 못한 나라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에 올랐다. 오는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한국과 맞붙는 체코 야구 대표팀 얘기다.

모두가 체코를 향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MLB닷컴 또한 체코 대표팀에 대한 얘기를 크게 실었다. 지도자와 선수 모두 야구가 직업이 아님에도 세계 최고 야구 선수들과 대결을 앞두고 있는 체코 이야기다.

체코 대표팀 주장이자 지명타자인 페트르 지마는 금융 전문가이고, 중견수 아르노슈트 두보비는 고등학교에서 지리학을 가르치는 교사다. 피츠버그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우투수 마레크 미나르지크는 현재 부동산업계에서 일한다. 이처럼 체코 야구선수들은 야구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퇴근 후에나 야구를 한다.

두보비는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직업과 야구를 병행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보통 우리는 4시에 일과를 마치고 5시부터 2, 3시간 훈련한다. 이후 집에서 가족 혹은 여자친구와 남은 시간을 보낸다. 야구를 향한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돈을 바라보고 하는 게 아닌 그냥 야구를 사랑해서 야구를 한다”고 말했다.

내야수 마르틴 체브벤카의 일과도 비슷하다. 오전 6시에 기상하고 7시까지 회사에 출근한 후 오후 4시에 업무를 마친다. 체브벤카는 “퇴근 후 두 차례 훈련을 한다. 퇴근하고 바로 훈련하고 저녁 식사 후 다시 훈련한다. 저녁 후에는 보통 8시 정도에 훈련을 시작하는데 10시에서 11시 사이에 훈련이 끝난다”고 투잡 선수의 하루를 설명했다.

우투수 마르틴 슈나이더의 하루는 보다 험난하다. 소방관인 슈나이더는 보통 24시간을 일한 후 48시간을 쉰다. 훈련은 커녕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이들은 프로선수들과 대결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다. 주장 지마는 “우리 모두 대단한 열정을 품고 야구를 한다. 경쟁을 즐기지만 패배는 정말 싫어한다. 우리가 다시 한 번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릴 것으로 믿는다”며 WBC를 앞두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체코 좌투수 루카시 에르콜리는 과거 청소년 대표팀 시절 오타니 쇼헤이와 마주한 경험이 있다. 에르콜리는 오는 11일 일본전을 통해 다시 오타니와 마주할 수 있다. 그는 “만일 오타니를 상대한다면 일단 몸쪽에 빠른 공을 던질 것이다. 홈런이든 아니든 뭐가 일어나는지 보겠다. 이후에는 슬라이더를 던지겠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그게 내 투구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며 최고 선수와 맞대결을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

프로리그는 없지만 체코 야구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약 30년 전에는 아마추어 선수 규모가 2500명 정도였다. 현재는 1만명이다. 30년 전에는 10세 이하 팀부터 선수를 모집했는데 지금은 5세 이하 팀부터 선수를 모집한다. 2017 WBC 예선에서 멕시코에 패했지만 1-2로 접전을 벌였다. 2019 유럽 챔피언십에서는 네덜란드를 꺾기도 했다. 멈추지 않는 무한 열정이 체코 야구를 세게최고 무대로 이끌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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