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플라이 타점 뒤 미소짓는 이정후
WBC 대표팀 이정후가 밝은 표정으로 훈련하고 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일주일 뒤에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이 생겨서 즐겁다.”

국가대표는 멘탈도 남다르다. ‘머피의 법칙’도 명함을 내지 못할 만큼 험난한 여정이지만, 대표팀 주축 이정후(25·키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걱정할 팬을 위해 심야의 라이브 방송까지 연출(?)하는 등 세심한 모습도 보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1일 한자리에 다시 모였다. 당초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하루를 통째로 쉴 예정이었지만, 곡절이 많았다. 이정후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송출한 라이브방송에서 “투산(미국 애리조나주) 공항에서 비행기 세 대를 나눠타고 LA로 이동해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었다. 투산공항에서 우리가 탈 비행기만 정시출발이고, 다른 두 여객기는 30분 지연출발이어서 형들을 놀렸다. 착하게 살아야한다. 벌 받은 것”이라며 웃었다.

WBC 대표팀 애리조나 훈련 마치고 귀국
WBC 대표팀 양의지(왼쪽)가 1일 동료 일부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투산 공항에서 기체 결함으로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 선수들은 이날 오후 도착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 | 연합뉴스

이정후가 탑승할 비행기는 정시출발을 앞두고 기체결함이 발견돼 결항됐다. LG 구단의 도움을 받아 버스로 LA로 이동한 이정후는 “형들 놀린 죄값을 치르는 것”이라며 “LA에 도착하면 다섯 시간가량 대기해야 해 숙소에 들어가지 않는다. 한국에 오후 다섯시 넘어 도착할 것 같은데, 이미 LA에서 쉬고 있는 (김)하성이 형과 같이 들어가게 생겼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정후는 김하성과 같은 비행기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된 행군이지만 지나면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이 생겨서 재미있다”고 강조한 이정후는 “형들이 WBC에서는 좋은 일만 생기려고 이런 일이 이어진다고 말씀하셨다. 액땜이라고 생각하고, 일주일 뒤에는 오늘 일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도록 정말 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정후가 버스 이동 현장을 생중계할 때 양의지 구창모 등 먼저 LA에 도착한 선수들도 참여해 끈끈함을 과시했다.

좌완 고참 투수들 살피는 이강철 감독
WBC 대표팀 이강철 감독(가운데)이 원-투펀치 양현종(왼쪽) 김광현의 불펜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연합뉴스

함께 낙오(?)된 심재학 코치도 “어이없는 일의 연속이지만 주장 김현수를 필두로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을 봤다. 곡절을 겪었지만, 오히려 팀이 더 단단해진 것 같아 이번 WBC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가 KBO리그에 끼칠 파문을 모를리 없는 대표팀은 악전고투 속 불굴의 정신력으로 필승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강풍에 기습한파, 눈보라와 폭우 등으로 정상훈련이 힘들었지만, 12월 개인휴가도 반납한채 몸만들기에 열을 올린 대표팀은 긍정의 힘으로 극복했다. 이른바 ‘돔 적응훈련’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미 ‘팀 코리아’가 된 태극전사에겐 장애가 되지 않는다. 역사상 가장 좋은 팀 분위기라는 찬사 속 한자리에 모인 대표팀은 2, 3일 짧은 훈련을 끝으로 결전의 땅으로 떠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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