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애리조나=문상열전문기자] WBC 한국대표팀은 루틴에 따라 타자 전원이 번트훈련을 한다. 팀의 클린업타자도 예외는 아니다.
20일 KIA와의 두 번째 연습경기 후 슬러거 박병호에게 번트가 이슈였다. 연장 승부치기에서 무사 2루에 타석에 나갈 때 번트여부였다. 박병호는 “감독님이 결정할 사항이다”면서 “대타를 쓰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번트대본 적도 오래고 번트보다는 진루타를 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답했다. 마지막 번트는 “LG 트윈스 시절이다”고 했다.
번트는 스몰볼이다. 홈런의 빅볼과 반대 개념이다. 연장 승부치기에서 초 공격 팀이 득점을 내지 못했다면 끝내기 상황 팀은 당연히 번트가 맞다. 기본기가 잘돼있는 한국이나 일본은 당연히 번트를 댈 것이다. 심지어 4번 클린업히터라도 매우 자연스러운 작전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출신들이 주축인 미국 또는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리코 팀들은 중심타순에서 이런 상황이 되면 번트를 댈까.
강공으로 밀어 붙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번트 성공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들은 번트훈련을 하지 않는다.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제도가 확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번트훈련은 투수들 몫이었다. 가끔 콘택트 타자들도 훈련에 포함된다.
2022시즌 720경기를 치른 KBO리그는 총 610개의 번트를 성공했다. 경기당 0.85개다. 삼성이 83개로 가장 많았고, 외국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이끈 한화가 45개로 최저다. 또 한명의 외국인 감독 래리 서튼이 이끈 롯데는 의외로 많아 73개로 최다 3위에 랭크됐다.
4860경기를 소화한 메이저리그의 번트는 390개다. 경기당 0.08개다. 최다 번트는 공격력이 약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31개, 최저는 디펜딩 월드시리즈 챔피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시즌 1개다. 한자릿수 번트 성공팀은 10개 구단이다. 지난 시즌 MLB 최다 111승을 거둔 LA 다저스는 3개를 성공해 이 부문 29위였다.
번트는 콘택트히터들이 잘댄다. 지난 시즌 SSG의 김성현이 20개로 최다를 기록했다. KT 김민혁, 삼성 김지찬이 나란히 19개로 뒤를 이었다. 10개 이상 작성자도 10명이다. 이들은 진루타보다 번트 성공확률이 높은 타자들이다. MLB도 5명이 두자릿수 번트를 작성했다. 뉴욕 메츠 포수 토마스 니도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격수 헤랄도 페르도모가 나란히 12개로 MLB 최다를 기록했다. 두 선수는 푸레르토리코, 도미니카 공화국 중남미 출신들이다.
사실 번트는 훈련과 비례한다. 콘택트히터는 파워히터보다 번트훈련에 더 치중하므로 성공확률도 높다. 파워히터는 번트훈련을 아예 하지 않는 터라 경기 후반 무사 1,2루의 승부처에도 강공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과연 WBC 대회 승부치기에서 한국 대표팀의 4번 타자에게도 번트작전이 나올지 매우 흥미롭다. moonsy1028@sportsseoul.com
기사추천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