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이제는 꼭 좋은 기억을 만들고 싶습니다.”
수차례 맞붙었으나 늘 높은 벽이었다. 벽을 넘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실수를 범해 고개숙였다. 그래서 더 칼을 갈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올라선 LG 고우석(25)이 남다른 각오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을 준비 중이다.
아직 승리가 없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에는 이전 경기 투구수가 많아 한일전에 등판하지 못했고 이후 일본과 맞붙은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프리미어12 슈퍼 라운드 한일전에서 1이닝 3볼넷 1실점, 도쿄올림픽 한일전에서는 통한의 1루 커버 실수와 역전 적시타를 맞고 무릎을 꿇었다.
그만큼 절치부심했다. 고우석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일단 이번 WBC에서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그만큼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준비는 순조롭다. 1월초 결혼식으로 어느 때보다 분주한 비시즌을 보냈으나 한순간도 야구를 놓지 않았다. 고우석은 “어쩔 수 없이 운동을 못하는 날이 생기면 휴식일에 운동을 했다. 평소보다 일찍 비시즌 훈련에 돌입했는데 그렇다고 너무 급하게 몸을 만들지는 않았다. 대표팀 소집에 앞서 불펜 피칭에 들어갈 것”이라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지난 일은 냉정하게 돌아봤다. 국제대회 한일전에서 고전했던 것에 대해 “그만큼 내가 부족했던 것”이라며 “당시에는 자신감이 아닌 자만심으로 붙었던 것 같다. 대책이 없었고 계획도 없이 맞붙었다. 야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일본을 상대하며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실패를 발판 삼아 성장했다. 지난해 고우석은 보다 정교하면서 강한 공을 뿌렸다. 프로 입단 후 가장 낮은 볼넷 비율(9이닝당 3.12개)를 기록하면서 가장 높은 삼진 비율(9이닝당 11.87개)을 기록했다. 한일전 고전했던 원인이 제구불안이었는데 다가오는 WBC에서는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피안타율(0.173)과 평균자책점(1.48) 또한 커리어에서 가장 낮았다. 포심 구속 향상은 물론 150㎞를 상회하는 슬라이더로 최연소 40세이브 달성자가 됐다.
|
명실상부 2022시즌 최고 마무리투수지만 WBC에서 보직을 고수할 생각은 없다. 이번 대표팀 마운드 테마는 변칙이다. 이강철 감독은 선발·중간·마무리를 고수하지 않고 상대에 맞춰 다채로운 마운드 운용을 계획하고 있다. 고우석 또한 “이강철 감독님께서 젊은 투수들이 앞에서 막아주고 베테랑 투수들이 뒤에서 막는 구상을 하신다는 기사를 봤다. 내가 무조건 마무리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나 또한 변칙의 일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우석은 “한일전에 관심이 집중될 것을 잘 안다. 이제는 정말 한일전에서 꼭 좋은 기억을 만들고 싶다”며 “그렇다고 너무 집착해서도 안 될 것 같다. 속으로는 칼을 갈지만 머리로는 냉정히 하는 게 답이 아닐까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
0
![[포토]WBC 대표팀 고우석, \'일본에 설욕할 수 있도록...\'](https://file.sportsseoul.com/news/legacy/2023/01/26/news/202301260100103000007558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