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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야구 강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비로 분주하다. 관심명단 50명을 일찌감치 발표하고 잠행 중인 한국과 달리 WBC 무대를 밟고 싶어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참가선언이 이어진다.
급기야 쿠비야구협회도 WBC 출전을 희망하는 선수를 모집하기로 했다. AP통신은 27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 출신 빅리거를 대표팀에 발탁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 정부가 쿠바야구연맹에 발급했다’고 밝혔다. 쿠바 대표팀에도 현역 메이저리거가 합류할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개최국 미국은 일찌감치 슈퍼스타들이 참가 선언을 했고, 일본도 MLB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WBC에 뛰겠다고 발표했다. 할머니가 일본인인 크리스티안 엘리치(밀워키)도 일본 대표팀 합류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미국과 일본은 대표팀 구성을 선수주도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머리를 싸매고 최강 전력을 꾸리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는 한국과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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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대표팀은 이른바 ‘드림팀’이 출전한 국제대회에서는 국제경쟁력을 입증했다. 프로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기시작한 건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때부터였는데, 2009년 제2회 WBC까지는 세계를 놀라게 하는 경기력을 뽐냈다. 2009년 WBC에서 준우승을 이끈 김인식 감독은 “몇몇 선수의 기량은 미국 일본 주축 선수와 비교해 손색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는 최강팀을 한팀 밖에 만들 수 없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선수층이 얇다는 뜻이다.
2009년 WBC 준우승 이후 한국은 두 차례 대회에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복병에 덜미를 잡히는 등 하향 평준화됐다는 것을 증명해 빈축을 샀다. 짜내고 짜내 구성한 최강팀이었지만, 전력 자체가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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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흥행과 야구붐 재점화를 위해 4강 이상 성적이 꼭 필요한 내년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선수에게 태극마크를 달아달라고 읍소하는 건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달라지지 않았다. 김하성(샌디에이고) 최지만(탬파베이) 등 MLB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등 한국계 빅리거에게 대표팀 합류를 요청하러 기술위원회를 급파했을 정도로 선수층이 얇다.
내년 WBC에서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 한국 야구는 큰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선수 주도로 최정예 대표팀을 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건 아마추어 시스템부터 세밀하게 설계해야 가능한 일이다. 한국이 무늬뿐인 ‘야구강국’으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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