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상대 감독에 인사하는 김태형 감독
두산 김태형 전 감독.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LG 트윈스가 역대 한 시즌 최다승(80승62패)을 거둔 류지현 감독과 인연을 끊은 이유는 포스트시즌 약점 때문이다.

LA 다저스에도 LG 구본능 구단주 대행같은 간부가 있었다면 구단 창단 이래 최다승(111승)을 거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당연히 해고됐을 것이다. 그러나 다저스에는 구단주가 욱하는 마음으로 감독을 경질하는 후진적 구단은 아니다. 비록 디비전시리즈에서 참담함을 맛봤지만 해고할 명분이 없다. 결정을 내릴 때는 심사숙고하고, 여론의 동향, LA 타임스의 기사 논조도 참고해야 한다. 미국은 철저한 로컬사회다.

류 감독을 해고한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우승 청부사’로 영입한 이가 염경엽 감독이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해보지 못하고 포스트시즌 승률이 0.370(10승17패)인 전직 감독을 우승 청부사로 데려온 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구본능 감독 대행이 고려대 출신이고, 염경엽 감독도 고려대 출신이니까 학연 때문에 영입했다면 그럴 듯해진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학연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사회니까.

예전에도 KS 우승도 이루지 못한 감독이 우승 청부사로 영입된 경우가 있다.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이다. SK 전까지 6개팀 감독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미디어가 그를 우승 청부사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우승은 SK에서만 이뤄졌다.

엄밀하게 말해서 현재 우승 청부사는 올 시즌을 마치고 아웃된 김태형 전 두산 감독이다. 트랙 레코드가 말해주고 있다. 2015년 두산 감독에 취임해 7년 연속 KS 진출의 전대미문의 기록을 작성했다. 우승은 2015, 2016, 2019년 3차례 일궈냈다. 이보다 뛰어난 우승 청부사는 없다. 하지만 LG는 라이벌 구단의 전직 감독을 선뜻 영입할 수 없었다.

7년 연속 KS 진출은 김응용 전 감독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그런데 올 시즌 후 공석인 LG, NC, 삼성 등 3팀은 모두 그를 부르지 않았다. 지독히 인기가 없다.

김태형, 류지현의 감독 퇴임 후 갈 수 있는 코스는 뻔하다. 방송 해설자다. KBO리그의 방송해설자는 지도자로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의 무대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지난해까지 더그아웃 최종 결정권자였던 감독의 해설자 변신은 매력적이다. 시청자에게 생생한 얘기를 전달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조금 다르다. 복귀가 가능한 전직 감독 출신은 경기해설이 아닌 스튜디오에서 경기전후 게임을 분석하는 해설자로 활동한다. 슈퍼스타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방송사는 프리게임, 포스트게임쇼가 워낙 취약해 본경기 위주다. 그러나 미국은 경기해설보다 전체를 조망하는 프로그램이 더욱 인기가 좋다. 스포츠 베팅과 무관하지 않다.

김태형 전 감독의 야구계 복귀는 시장 형편상 1년 뒤로 미뤄진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고민할 대목이 있다. 왜 KS 우승을 3차례나 일군 지도자의 인기가 없는지를.

모든 인간은 초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2015년 데뷔할 때 김태형은 겸손하고 선수들을 동생처럼 대했다. 하지만 우승 경력이 쌓이면서 초창기 감독들의 구악을 답습했다. 선수와 후배들에게 말을 함부로 하고, 강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미디어의 질문에도 성의없는 태도를 자주 보였다. 이걸 카리스마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감독 김태형은 7년 연속 KS 진출의 대위업에도 불구하고 ‘왜 존경받을 수 없는 존재였는가?’를 되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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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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