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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안양=김용일기자] 주목도가 덜한 대학선발간의 경쟁이었지만 ‘축구 한일전’ 승리의 쾌감을 모처럼 느꼈다.
한국 대학축구가 안방에서 치른 일본과 덴소컵 리턴매치에서 승리, 전 연령대를 통틀어 한일전 연패 사슬을 끊었다. 안효연(동국대) 감독이 이끈 한국 대학선발팀은 지난 17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20회 덴소컵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에서 일본을 연장 접전 끝에 3-2로 눌렀다. 전반 45분 코너킥 상황에서 센터백 이상혁(단국대) 헤딩 선제골로 앞서간 한국은 후반 7분 공격수 이종언의 추가골로 달아났다. 그러나 후반 10분과 19분 야마다 신에게 연속 실점하며 2-2 동점을 허용했다. 승부는 연장에서 갈렸다. 연장 후반 5분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된 이상혁이 페널티박스 정면 25m 지점에서 대포알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일본 골문을 저격,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번 한일전은 대학 축구 뿐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2년 사이 한국 축구 각급 대표팀이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만나 세 차례 모두 지면서다. 대학선발팀도 지난 6월 원정으로 치른 일본과 덴소컵에서 0-5 굴욕적인 패배를 떠안았다. 전 연령대 한일전 4연패. 한국대학축구연맹은 3개월 만에 안방에서 덴소컵 리턴 매치를 추진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설욕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착시에 빠져서는 안 된다. 한국이 한 골 차 승리했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일본에 미치지 못했다. ‘승장’ 안 감독도 “플레이는 일본이 우리보다 나았다는 것은 보신 분이 알 것이다. 한국 축구가 (일본전) 4연패를 끊는 데 대학선발팀이 해낸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깜짝 멀티골’로 승리를 이끈 이상혁은 “우리가 이겼지만 (일본을 상대할 때) 앞으로 모든 연령대가 잘 준비해야 함을 느꼈다”며 “일본 선수의 개인 기량이 좋아 부담을 느낀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A대학 감독은 “일본 선수는 공을 잡았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플레이한다. 우리는 그런 게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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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에서 한국이 일본에 밀리게 된 본질은 미래지향적 행정의 차이를 꼽는다. 일본이 오래전부터 백년대계를 지향한 것과 다르게 한국은 눈앞의 성과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덴소컵은 유의미한 흔적을 남겼다. 한국 축구는 이전부터 일본을 만났을 때 기본기가 밀려도 강한 투쟁심과 근성으로 상대 장점을 무력화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개인 기량은 물론, 소극적인 경기 자세가 겹치며 일본에 연달아 대패 수모를 당했다.
‘결과’가 중요했던 이번 덴소컵은 준비부터 과거 한일전을 대비하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안 감독은 코치진에 각 대학 사령탑인 이세인 중원대(수석코치), 이성환 건국대(코치), 김영무 숭실대(골키퍼 코치) 감독을 두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선발 선수에게 더욱더 큰 책임감과 동기부여를 심기 위해서였다. 코치진부터 자존심을 내려놓고 한일전 승리를 목표로 ‘원 팀’이 됐고, 선수도 ‘연령별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12일간 강원도 태백에 오가며 전지훈련에 충실했다.
마침내 한국 대학선발은 이날 먼저 두 골을 넣고 내리 두 골을 실점하며 위기에 몰렸지만 경기 몰입도가 컸다. 연장에서 상대의 맹렬한 기세에도 강한 정신력으로 결승골까지 만들어냈다. 선배 세대는 ‘일본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를 격언처럼 새기며 한일전을 치렀다. 세대를 떠나 한일 축구간의 격차가 벌어진 현실에도 한일전을 대하는 진심 어린 자세는 결과를 얻는 힘이 된다는 것을 덴소컵이 증명한 날이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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