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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주상기자] “시니어모델, 그 에너지가 대단했다. 이분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사회사업가와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더조이플러스 이주연 대표의 말이다. 올해는 역대급으로 더웠던 여름이었다. 그러다가 8월 역대 최저기온을 기록하면서 계절이 바뀌고 있는 시기에 유난히도 여름을 보내기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인생책 런웨이 프로그램 ‘마이마이(MY MY)-나의책, 나의길, 나의인생(이하 ‘마이 마이(MY MY)’)’에 참가했던 5060 시니어들이다.
51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니어 22명은 인생과 사회에서 쌓은 경력과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고 모델 지망생으로 모였다. ‘제2의 삶을 즐기기 위해’,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해’, ‘호기심이 발동해서’, ‘버킷리스트 달성’ 등등 나름대로 기대와 포부, 이유가 있었다.
참가자들은 지난 5월 12일부터 매주 두 번씩 모여 전문 강사들의 지도로 춤과 노래, 연기와 모델 워킹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경험했다. 뮤지컬 배우인 송효진 강사와 무용가인 조주연 강사가 각각 연기와 무용 파트를 맡았고, 모델 클래스는 현역 패션모델인 윤세민 강사가 지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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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해보자’고 참가한 프로그램, 그러나 허리가 굽고, 자세가 비뚤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마다 ‘현타’가 왔다. 그 뿐인가? 파트너와 눈 맞추고 손가락을 튕겨 사랑의 총을 쏘는 무용동작에 낯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연기 수업, 참가자 전원이 화음을 맞추는 합창까지 처음, 혹은 오랜만에 경험하는 예술 활동에 낯설고 쑥스러운 것도 잠시, 이들은 어느새 리듬을 타고, 허리를 쭉 펴고 당당하게 걷고 있었다.
공연 날짜가 정해졌다. 7월 21일, 장소는 인사동 ‘코트’란다. 모델이라니, 모델쇼라니...화려한 조명 속 길게 펼쳐진 런웨이를 사뭇 도도하고 당당한 자세로 걷는 모델쇼를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걱정과 두려움이 왜 없겠는가.
그래서 팀워크가 중요하다. 움츠려드는 사람이 있으면 기운을 북돋는 사람이 있다. 힘이 빠지는 손을 꽉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 이들 22명이 그랬다. 쳐지고 몸이 굼뜬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이해하고 기다려줬다. 연습이 잘되면 그게 그렇게 좋았다.
공연 장소인 인사동 코트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전통문화 거리로서의 인사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 중 하나다. 수령이 100년 이상 된 오동나무를 품고 있는 정원을 중앙에 두고 60년이 넘은 낡은 건물들이 전시 공간,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공간 등으로 쓰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활동 기회를 잃은 많은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코트가 이번에는 서툰 몸짓과 걸음으로 인생의 새로운 무대에 오르려고 하는 시니어들에게 품을 열었다. 인사동을 무대로 활동하는 코사지 아티스트 류보형 작가가 작품 수십점을 내어줘 인사동-코트-시니어의 만남이 더 의미 있었다. 거기에 한지혜 작가의 보석 아트가 공연을 더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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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마이’ 프로그램은 문화체육부가 후원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2022어르신문화프로그램’ 사업의 하나로 50~60대 시니어들이 참여해 문화향유 기회를 갖고 이를 통해 생활의 활력을 찾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더조이플러스는 2020년부터 3년째 이 사업에 참여했고, 시니어 모델 프로그램은 올해로 2년째다.
사회사업가·문화기획자이자 현역 시니어모델이기도 한 이주연 대표는 “암 투병 중인 분, 퇴직 후 상실감에 시달리던 분, 가게를 하느라 늘 일에 치여 살던 분 등 다들 치열하게 살아오신 분들이 모이니 그 에너지가 대단했어요. 이분들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라면서 프로그램 이후의 변화를 기대했다.
참가자들은 지금도 SNS로 소통하며 그들이 빛나고 멋졌던 여름의 어느 날을 얘기한다. 그 열정과 노력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확신한다. 그들의 전성기는 지금부터라는 것을, 그들이 빛나는 순간은 또 다시 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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