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이 지난 26일 서울 강남국 역삼동에 있는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기자 질문에 웃으며 답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스스로 한계 두지 않는다. 500m는 계속 도전해서 꼭 해내고 싶다.”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정신으로 ‘쇼트트랙 월드 퀸’ 지위를 확고히 한 최민정(24·성남시청)은 여유로운 미소로 유독 커다란 고난이 따른 2021~2022시즌을 돌아봤다. 그러다가 쇼트트랙을 화두로 향후 목표를 묻는 말에 여전히 굶주린 사자처럼 눈빛이 달라지며 자기 자신과 싸움을 다짐했다.

최민정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나 “여전히 스케이트를 ‘더 잘 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매 시즌 트렌드도, 경쟁자도 바뀐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시도를 하려는 편”이라며 “한계를 두지 않고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특히 500m는 평창(2018)때도, 베이징(2022)때도 모두 아쉬웠다.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정

◇악몽 버틴 오뚝이…“좋은 날 오겠지 스스로 주문”

화려한 피날레까지 가혹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전세계 대유행)으로 정상 훈련에 어려움을 겪은 최민정은 2021~2022시즌 앞두고 부상은 물론, 동료 심석희의 험담 메시지 파문 등으로 심신이 지쳤다. 그는 4년 전 평창올림픽 시절만 해도 지구력과 기술, 순발력, 파워까지 적수가 없는 세계 1인자로 불렸다. 그러나 온갖 악재와 더불어 수잔 슐팅(네덜란드) 등 경쟁자의 발전 속도가 빨라져 큰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부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속도와 지구력 등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지난해 11월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000m 금메달로 반전 시동을 걸더니,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따냈다. 지난 11일 끝난 세계선수권에서는 통산 4번째 우승(2015 2016 2018 2022)을 차지, 전이경, 진선유가 가진 이 대회 한국 여자 선수 최다 종합 우승 타이기록을 썼다. 여자 3000m 계주에서 레이스 중반까지 4위를 지키다가 결승선 세 바퀴를 남기고 전매특허인 ‘아웃코스 질주’로 금빛 레이스를 펼쳤을 땐 ‘역시 최민정’이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최민정 여행
최민정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싱가포르 여행 사진. 전이경 전 감독이 댓글을 남격 눈길을 끌었다. 출처 | 최민정 인스타그램 캡처

“버티고 견디는 시간이었지만 ‘좋은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미소 지은 최민정은 “월드컵 4차 금메달이 반등 계기가 됐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올림픽 준비 과정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돌아봤다. ‘인생 공부’를 한 시즌이었던 만큼 휴식이 절실했다.

그는 함께 마음 졸이며 지원군이 돼 준 한 살 터울 친언니와 사흘간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왔다. “언니가 미대 출신이어서 그런지 성격이 세심하다. 여행 계획을 다 짜놨더라. 난 따라다니기만 했다. 심지어 사진도 잘 찍어줬다.” 최민정은 여행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전이경 전 감독이 ‘우리 동네 왔는데 왜 연락 안했느냐’는 댓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이 얘기에 최민정은 “정말이냐, 몰랐다. 바로 연락해야겠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올림픽] 최민정, 우리가 1500m 최고
최민정이 지난 2월17일 중국 베이징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1 50m 메달 수여식에서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리아나 폰타나(은메달), 최민정(금메달), 쉬자너 스휠팅(동메달). 베이징 | 연합뉴스

[올림픽] 쉬자너 스휠팅 축하 받는 최민정
베이징 | 연합뉴스

◇“슐팅이 한국 롱패딩 예쁘다고…모두가 경쟁자”

최민정이 건재하고, 베이징 2관왕을 차지한 슐팅이 전성기를 향해, 4년 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패권 다툼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최민정은 “평창 때도 베이징에 확실히 갈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없다. 부상 관리를 잘하면서 속도를 늘리는 훈련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자만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슐팅은 좋은 피지컬을 활용하는 스케이팅에 능하다. 대표팀 생활 7~8년 동안 경쟁자는 늘 바뀌었다. 슐팅 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경쟁자”라고 말했다.

최민정은 “슐팅이 베이징 때 우리가 입은 대표팀 패딩을 보고 ‘예쁘다, 마음에 든다’고 계속 말하더라. 다른 선수랑 바꾸려고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얼음공주’라는 애칭과 다르게 대회장에서 슐팅 뿐 아니라 오랜 기간 경쟁해온 킴 부탱(캐나다),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등과 소소한 얘기도 나눈단다.

최민정

최민정

◇못 이룬 500m 정상 ‘꼭’…“훗날 스포츠 행정가 꿈꿔”

최민정이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올림픽 500m 우승이다. 한국은 쇼트트랙 세계 최강을 자랑하지만, 여자 500m는 한 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1998년 나가노 대회 전이경, 2014년 소치 대회 박승희의 동메달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초반 스타트에서 승부가 갈리는 단거리에서는 체격을 활용한 서양 선수의 강점이 도드라진다. 빠른 스타트와 후반 레이스 운영이 뛰어난 최민정은 500m 징크스를 깰 적임자로도 불린다. 그러나 평창에서는 결승 진출에도 실격 판정으로, 베이징에서는 준준결승 도중 미끄러지는 불운을 겪었다. 최민정은 “단거리 핵심은 파워다. 웨이트트레이닝 중량도 늘리려고 하고 빠른 레이스에 대한 적응 훈련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세계적으로 상향 평준화한 쇼트트랙을 고려해 “세밀한 전술을 짜고 그것에 맞춰 어느 상황이든 흔들림 없이 레이스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먼 미래이지만, 은퇴 이후 제2 인생도 그린다. 최민정은 “스포츠 행정 쪽을 생각한다”며 지도자보다 한국 쇼트트랙의 외연을 더 넓히는 역할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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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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