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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제공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힌 통화옵션계약 키코(KIKO) 관련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처음에는 키코 옵션의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제공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으나 키코 피해기업은 산업은행으로부터 관련 가격정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키코 피해기업인 일성하이스코(이하 일성)는 20일 산업은행으로부터 키코 옵션의 가격정보를 일체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성 관계자는 “키코 상품에 대한 가격표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 산업은행 뿐만 아니라 키코 계약을 맺은 신한, 우리, 대구, 씨티은행에서도 가격표를 제공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해외수출을 하던 기업들은 환율 변동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헤지수단으로 키코 계약을 맺었다. 키코는 환율 변동에 따라 기업이 이익을 보는 구간에 풋옵션을, 금융사가 이익을 보는 구간에 콜옵션 행사하는 조건을 뒀다. 금융사들은 콜옵션 가격과 풋옵션 가격의 차이가 제로(0)라며 키코를 소개했다.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치가 대등하다는 설명이었다. 이때 금융사는 풋옵션과 콜옵션의 가격이 담긴 정보를 제공해야 했다.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제65조는 ‘금융기관이 비정형 파생상품 거래 시 내재된 거래별로 가격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성은 이 같은 정보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가격정보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도 “나중에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후에 보완조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는 일성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실 여부에 따라 이 회장의 위증 가능성이 도마에 오를 수도 있다.

이 회장은 또 “법원에서 은행의 가격 구성요소를 밝힐 의무가 없는 것으로 본다는 판결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대법원은 키코 판결문에서 “수수료가 시장의 관행에 비해 현저하게 높지 아니한 이상 그 상품구조 속에 포함된 수수료 및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마이너스 시장가치에 대해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키코의 수수료가 시장 관행의 수수료에 비해 현저히 높지 않을 경우 가격정보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실제 키코의 수수료는 시장 수수료에 비해 어땠을까? 2011년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키코 수사기록에 따르면 키코 계약을 통해 은행이 취득한 콜옵션 가격은 풋옵션 가격의 적게는 1.4배, 많게는 14배까지 차이가 났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옵션 상품에 대한 시장 수수료율은 1.5% 수준이다. 그러나 키코의 수수료율을 계산하면 16.7~93.3%에 달한다. 대법원의 판시를 반대로 놓고 보면 키코의 수수료는 시장 관행 수수료에 비해 현저히 높기 때문에 가격정보를 밝혀야 했다. 이를 밝히지 않는 경우 키코는 최소한 불완전판매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회장의 증언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이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2008년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700여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에게 3조원 규모의 피해를 입힌 키코는 2013년 사법농단 사건에서 재판 거래의 대상이었으며 금융사들의 위법성을 부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비전문가들에 의한 오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키코를 불완전판매로 규정하며 금융사들의 배상을 결정했으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수용을 거부하면서 다른 금융사들도 배상 책임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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