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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새 사령탑 콜린 벨(59) 감독과 지소연(29·첼시FC위민)은 통하는 데가 많다. 벨 감독은 영국 레스터 출신이고, 지소연은 벌써 6년간 런던에 살고 있다. 어느새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지소연은 지난 4월3일 귀국해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보냈다. 본격적으로 휴식기를 시작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이 바로 벨 감독이다. 벨 감독은 지소연을 보기 위해 경기도 일산에서 서울 이문동까지 직접 방문했다. 지소연은 “저를 보겠다며 일산에서 택시를 타고 오셨다. 한참 대화를 나누며 감독님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저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신다. 경기장에서도 통역을 안 거치고 제가 직접 선수들에게 전달하기를 원하실 때가 많다. 저 역시 감독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열정이 워낙 대단하신 분이라 함께 많은 역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팀에서는 처음 만난 외국인 감독이라 더 신선하고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지소연이 보는 벨 감독은 ‘여자 심리’의 달인이다. 예민한 여자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지도법에 반영한다. 그는 “아무래도 여자 선수들은 감독을 더 어려워 하고 불편해 하는 면이 강하다. 벨 감독님은 그 면을 잘 이용해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신다. 여자축구 쪽에 오래 계신 티가 난다. 선수들도 이제는 편하게 대화를 하고 오히려 먼저 다가가 장난도 친다. 서로 대화가 통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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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감독은 선임 후 꾸준히 한국어 공부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식 자리에서 처음에는 간단한 인사만 하더니 최근에는 어려운 단어까지 섭렵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지소연은 “보면 알지 않나. 진짜 열심히 공부하신다. 단순히 보여주기 차원이 절대 아니다. 발전하는 티가 많이 난다. 한국어 공부는 존중의 의미로 볼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 아니겠나”라면서 “칠판에 선수들 이름을 한글로 쓰신다. 여자선수들은 상대적으로 감성적인 면도 있고 섬세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 하나에도 감동하게 된다. 감독님을 더 따르게 되는 것 같다”라며 벨 감독의 정성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역으로 선수들 사이에서 영어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지소연은 “선수들 몇몇은 저에게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하더라. 그럴 실력이 안 돼 다른 데서 알아보라고 했는데 실제로 영어공부가 유행이 됐더라. 온라인영어학습 프로그램에 등록까지는 많이 한 것으로 한다. 막상 공부를 열심히 하는 선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라며 웃은 후 “팀 케미스트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우리 팀에 굉장히 긍정적인 분위기가 도는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대표팀에 긴장감도 돈다. 뭐든 경쟁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벨 감독은 베테랑과 신예를 골고루 기용하며 건강한 내부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지소연도 “원점으로 돌아간 것 아닌가. 외국인 감독이라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기존에 대표팀에서 많이 뛰었던 선수들도 긴장하고 있다. 동등한 기회 속에 팀이 더 성장할 시기라고 한다. 훈련을 보면 확실히 선수들이 긴장하고 집중하는 게 느껴진다”라며 벨 감독 선임 후 달라진 분위기를 얘기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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