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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상훈 기자] 마트에서 장을 보다 보면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묵이며 치즈, 우유 같은 가공식품부터 회나 김밥 같은 즉석 조리식품 등 할인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마트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할인판매함으로써 곧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릴 제품에 다시금 가치를 불어 넣어주고, 소비자에게는 비용 절감 효과를 안겨줄 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친환경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이런 효과를 ‘푸드 리퍼브(Food Refurb)’라고 부른다.
본래 푸드 리퍼브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생긴 농산물을 활용해 식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2014년 프랑스의 슈퍼마켓 체인인 ‘엥테르마르셰’가 이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엥테르마르셰는 당근이 그려진 포스터 문구에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상관없잖아?”라는 문구와 함께 폐기 위기에 처한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도발적인 광고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이 재조명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푸드 리퍼브는 단순히 식재료의 재조명에 그치지 않고, 조리된 식품의 폐기를 줄이는 것까지 범위가 확장됐다. 음식점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음식을 구입할 수 있으니 모두 이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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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대표적인 푸드 리퍼브 플랫폼은 미로가 서비스하는 마감 할인 플랫폼 ‘라스트오더’다. 라스트오더는 판매자가 등록한 마감 할인 상품을 구매자가 선주문, 선결제하고 방문 수령하거나 매장에서 식사를 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기존 가격 대비 30~90%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공급자는 당일 판매하지 못한 상품을 폐기하지 않고 판매할 수 있다. 미로는 “라스토어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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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오더 운영사 미로는 이 푸드 리퍼브 모델을 통해 지난 10월 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예비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 인증요건에는 못 미치지만 사회적기업만큼 사업의 목표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기업으로 인정받았음을 뜻한다.
사회적 공공성 외에 라스트오더의 수익성에 대해서도 투자사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미로는 올해 초 롯데액셀러레이터, 대경인베스트먼트, DCP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데 이어 롯데액셀러레이터와 대경인베스트먼트가 추가 투자를 결정했고, 디에스자산운용이 신규 투자사로 합류했다. 지금까지 미로(라스트오더)가 투자유치한 금액은 약 30억원에 달한다.
현재 라스트오더는 서울~수도권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내년에는 투자금을 활용해 광역시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라스트오더에는 개인 자영업 매장 외에도 크리스피 크림 도넛, 발재반점, 피챠이훠거, 스노우폭스, 생어거스틴 등 유명 프랜차이즈도 파트너사로 포함돼 있다.
미로의 라스트오더와 같은 푸드 리퍼브 기업은 해외에서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덴마크의 시민단체 ‘단처치에이드(DanChurchAid)’가 직접 운영하는 위푸드(WeFood)는 품질에 이상이 없지만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라벨, 용기 등이 파손돼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들을 시중 가격보다 30~50%가량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2016년 1호점을 오픈한 위푸드는 제품 판매에 대한 수익을 저소득층 지원활동에 사용하면서 눈길을 끌었고, 이후 덴마크 왕세자비가 방문하며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와 비교적 식습관이 닮은 일본도 판매하지 못해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일본은 글로벌 식량위기 관련 국제적 이슈인 ‘식품손실’에 대한 일본 내 관심이 높아지자, 일본 농림수산성과 환경성이 5년 전부터 매년 식품손실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여기서 ‘식품손실(food loss)’이란 ‘아직 먹을 수 있음에도 버려지는 식품’을 의미한다. ‘음식물 쓰레기(food waste)’와 구분해 사용되고 있다.
이에 일본의 신생기업 ‘엠프로젝트(Mproject)’는 지난 2017년 11월, 외식점이나 식품소매점의 남은 식재를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 ‘에이프론’을 론칭했다. 에이프론은 식당 예약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기상 악화로 손님이 줄어 준비한 요리가 남을 경우, 해당 메뉴를 앱에 등록한다. 앱 회원은 특가로 등록된 메뉴를 예약한 후 매장에 방문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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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또 다른 푸드 플랫폼 ‘타베테(Tabete.me)’는 ‘먹다(食べて)’를 의미한다. 2018년 4월에 출시된 타베테는 주로 테이크아웃 음식점에서 당일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메뉴 또는 남는 재료를 모아 도시락·반찬 형태로 사이트에 게시한다. 사이트에 메뉴가 올라오면 구매자는 온라인으로 이를 신청한 후 정해진 시간에 해당 음식점에 방문, 최대 70%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타베테 사이트는 현재 도쿄를 중심으로 200개 이상의 점포, 약 4만명 이상의 소비자를 확보했다.
2019년 유엔식량농업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상품 가치를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쓰레기 양은 전세계 음식물 소비량의 3분의 1인 13억톤에 이른다. 푸드 리퍼브 비즈니스는 사업주에 추가수익을, 소비자에게는 높은 할인 혜택을, 그리고 지구에는 환경보호를 제공하는 1석 3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한동안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part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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