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
차준환. 배우근기자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차준환(18·휘문고)의 부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차준환은 지난 9일 중국 충칭에서 끝난 2019~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4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에서 쇼트프로그램 69.40점, 프리스케이팅 152.86점을 획득, 총점 222.26점으로 참가 선수 12명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새 시즌 최고점인 것은 맞지만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기록한 자신의 개인 최고점 263.49점에 40점 가까이 떨어진 것을 생각하면 차준환 스스로도 만족하기 어려운 성적표다.

차준환은 특히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두 차례 점프 실수 등이 겹쳐 11위까지 추락했다. 연기를 직후 축 늘어진 어깨가 차준환의 지금 현실을 대변하는 듯 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선 도전이 아닌 현실을 선택했다. 주제곡 ‘더 파이어 위드인’에 맞춰 몸을 움직인 차준환은 첫 과제로 이번 시즌 장착한 쿼드러플(4회전) 플립 대신 보다 쉬운 쿼드러플 토루프를 들고 나왔다. 실수 없이 착지는 했으나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아 완벽한 점프로 간주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착지가 불안하거나 회전수 부족 판정 등으로 점수를 잃었다. 결국 프리스케이팅 6위로 3주 전 1차 대회 8위보다 두 계단 순위 끌어올린 것을 위안 삼아야 할 판이다.

차준환은 지난해 이 때 시니어무대 첫 전성기를 걷고 있었다. 시니어 그랑프리 두 대회에서 모두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상위 6명이 출전할 수 있는 ‘왕중왕전’ 성격의 파이널까지 올라 역시 동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새해 들어 기나긴 부진에 빠졌다. 2월 미국 애너하임 4대륙선수권에서 프리스케이팅 난조로 6위를 차지하더니, 한 달 뒤 일본 사이타마 세계선수권에선 순위가 19위까지 추락했다.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2019~2020시즌을 출발했으나 1차 대회 219.67점, 이번 4차 대회 222.26점으로 답보 상태다.

남자 피겨는 현재 ‘양강 시대’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일본의 스타 하뉴 유즈루, 세계선수권대회를 2연패한 미국의 점프 천재 네이선 천 등 두 명이 300점을 오가며 세계 피겨사에 보기 드문 경쟁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 신예들이 대거 나타나 세대 교체를 알린 여자 싱글과는 다르다. 하뉴와 천을 제외하면 다들 비슷비슷해서 차준환의 경우도 다시 분발하면 상위권 진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질적인 부츠 문제에다가 최근 4회전 점프의 연이은 실패에 따른 자신감 상실까지 겹치며 반등 곡선 그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한국나이 스무살을 맞이하는 차준환이 시련 앞에 자신을 단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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