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15385381
정재용이 지난 6월 울산전에서 경기 후 관중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이제는 어엿한 포항의 ‘살림꾼’인 정재용(29)은 자신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정재용은 올시즌 개막 후 정들었던 울산을 떠나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적응할 새도 없이 감독이 바뀌었고, 얼마 뒤 주축 김승대와 이석현이 각각 이적과 군입대로 팀을 떠났다. 김승대가 떠나며 공석이던 부주장 자리를 맡게 되면서 주장 완장을 차는 일도 잦았다. 책임감도 커졌다. 정재용은 “울산에서는 막내급이었는데, 포항에 형들이 많이 없다보니 쓴소리도 해야됐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했다”면서도 “(김)광석이형, (배)슬기형이 많이 도와줬다. 저는 한 게 없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한때 하위권에 머물던 포항은 정규리그 마지막 7경기 무패행진(6승1무)를 달리며 극적으로 파이널A에 합류했다. 최종전이던 ‘동해안 더비’에서는 울산을 종료 직전 역전 결승포로 꺾어 기쁨이 두 배가 됐다. 정재용은 포항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동해안 더비’를 치렀다. 올시즌 울산이 기록한 4패 중 2패가 포항전에서 나왔다. 정재용은 “첫 맞대결에서는 사실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울산 원정에서는 긴장이 많이 됐다. 긴장을 잘 하지 않는데 홈이 아닌 원정 쪽에서 경기를 치르니 낯설었고 발이 무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세 번째 맞대결에서 거둔 승리는 파이널A로 갈 수 있었기에 기뻤다. 꼭 울산을 이겨서가 아니라 팀이 목표했던 걸 이뤘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설명했다.

정재용은 올시즌 중원에서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임대 영입된 최영준, 무서운 신예 이수빈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누가 나가도 제 역할을 해낸다. 정재용은 “(최)영준이는 활동량이 많고 수비가 끈질기다. (이)수빈이는 공격적인 성향이 좋다”고 설명하면서 “저는 두 선수의 덕을 많이 봤다. 둘이 워낙 잘해준다. 저는 (선수들의)멘털이 흔들리지 않게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4골 넣고 5골 실점해서 진 적이 있지 않나”라면서 웃었다.

하지만 포항은 정규리그 막판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지난 20일 파이널A 첫 경기였던 전북 원정에서 0-3으로 패했다. 결과는 물론 내용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정재용은 “중요한 경기였는데 초반부터 실수를 하면서 선수들이 당황했다. 전북이 한수 위였던 거 같다”고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면서도 “시원하게 잘 졌다고 생각한다. 다음 경기 또 준비 잘하면 된다”고 개의치 않았다.

시즌 종료까지 이제 4경기가 남았다.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그러나 순위에 매몰되는 것 또한 경계했다. “선수들한테 즐겁고 편하게 경기하자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전북에 졌나는 생각도 든다”고 껄껄 웃은 정재용은 “파이널라운드에서는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는데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ACL 진출을 하지 못하더라도 저에게 올해는 좋은 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그는 “올시즌 한 번도 못 이긴 대구, 4-5로 패한 경험이 있는 강원, 라이벌 울산은 꼭 이기고 싶다. 상승세를 탈 때의 느낌으로 준비하고 있어서 기대가 된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beom2@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