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골퍼 조아연 프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특급 루키 조아연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진행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질문에 대답하며 웃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포토] 골퍼 조아연 프로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사람들이 ‘너 이러다가 죽겠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외친다. ‘신인상은 타고 죽어야 한다’고.”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피트니스 센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반기에 ‘특급루키’다운 위용을 뽐낸 조아연(19·볼빅)이 신체 밸런스 강화 훈련에 집중하면서 굵을 땀방울을 쏟고 있었다.

지난 4월 국내 개막전으로 열린 롯데렌터카 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신고한 조아연은 상반기 15개 대회에서 ‘톱10’에만 8차례 진입했다. 신인상 포인트에서 1486점으로 이승연(1132점), 임희정(890점)과 격차를 벌리면서 압도적인 1위다. 여기에 평균 타수와 톱10 피니시율 2위 등 주요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3주간의 여름 휴식기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애초 미국으로 건너가 유명 레슨 프로와 훈련을 계획했는데 국내에 남아 고강도 신체 교정 훈련 및 스윙 교정으로 후반기를 대비하기로 했다.

조아연은 “전반기에 내게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 중) 70점이다. 루키 신분으로 국내 개막전에서 우승도 했고 꾸준하게 톱10에 든 건 만족스럽지만 생전 안 하던 OB를 종종 범하는 등 드라이브가 많이 흔들렸다. 백스윙 톱 자세에서 문제점 등을 발견했는데 신체 밸런스를 더 잡으면서 감각을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포토] 골퍼 조아연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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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연은 시즌 중에도 누구보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유년 시절부터 아버지 조민홍(49) 씨의 권유로 하루 3000개 이상 줄넘기를 하고 6~7㎞ 러닝을 기본으로 소화한 그만의 체력 훈련법은 유명하다. 골프 선수로 ‘될성부른 떡잎’이 되기까지 남다른 체력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 조아연은 “아버지께서 훈련법을 나름대로 엄청나게 공부했다. 서적이나 잡지 등에 좋은 내용을 발견하면 찢어서 주머니에 넣은 뒤 파일에 보관하는 일이 잦았다. 아직도 우리집에 그 파일이 많다”고 웃더니 “골프에서 거리 등 기술 요인에 가장 필요한 건 순발력이라는 신념을 갖고 계시다. 그래서 줄넘기와 러닝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조 씨는 골프장에서 그야말로 ‘호랑이 선생’이었다. 조아연은 “잘할 때도 뛰고, 혼날 때도 그저 뛴 것 같다. 아버지가 너무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골프를 칠 때 효과를 느꼈기 때문에 아버지 말이 법이었다”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조 씨는 “아연이는 오빠가 있는데 운동으로 승부 근성은 딸인 아연이가 낫더라. 아연이 엄마도 골프를 좋아하고 나도 좋아해서 딸이 자연스럽게 골프를 접했는데 재능이 보여서 시켰다”고 말했다. 조 씨는 딸이 줄넘기하거나 기본 체력 훈련을 할 때 남다른 승부 근성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조아연은 “줄넘기 2단뛰기 150개를 할 때 주변에서 다 놀란 적이 있는데, 아버지는 ‘왜 더 늘지 않느냐’면서 1000개를 하는 줄넘기 선수 영상을 보여주더라”며 “내가 줄넘기 선수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하지만 정말 그 수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보게 됐다”고 했다. 하다못해 최근엔 조 씨가 2단뛰기를 뒤로 도전하라는 ‘과한 요구’까지 했다고.

조 씨는 딸의 이번 휴식기 훈련 일정이 정리된 A4 용지를 기자에게 내밀었다. 눈에 띄는 건 연습장에서 클럽을 잡는 시간보다 필라테스 등 신체 교정과 관련한 시간이 더 많았다.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피트니스 센터에서만 보내는 날도 있다. 전반기 성적이 좋았다고 해도 샷 감각 유지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신체 밸런스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신념이다. 조아연에겐 그야말로 입에 단내가 나는 혹독한 시간이다. 그럴 때마다 ‘신인상’이라는 올 시즌 최대 화두를 머릿속에 그린다고 한다. 조아연은 “사람들이 ‘너 이러다가 죽겠다’고 하는데, 그럴 때 ‘신인상은 타고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웃었다. 루키로 평생 단 한 번뿐인 신인상을 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조아연이 유독 신인상을 강조하는 건 제2의 인생과 궤를 같이한다. 훗날 대선배처럼 미국 무대 진출을 꿈꾸는 그는 “국내에서 신인상을 타고 꾸준히 잘한 선배들이 결국 미국에서도 잘하더라. 나 역시 그 길을 확실하게 걷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토] 골퍼 조아연 프로

그만한 확신과 자신감도 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최연소 국가대표로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9월 세계아마추어팀선수권 개인전에서 우승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확실하게 밟아온 그의 발자취가 한몫한다. 무엇보다 골프를 포기하려고 했던 순간 역시 조아연의 골프 인생의 큰 배움이었다. “중학교 2학년 국가대표가 됐던 그 해에 사실 골프를 그만두려고 했었다”고 말한 그는 “유독 공이 잘 맞지 않았던 시기인데 아버지께서 진심은 아니었겠지만 ‘그래 너 그만둬’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습을 안 하고 그냥 포기한 상태였다. 때마침 오래전 출전 신청해뒀던 협회장배 중고연맹전이 다가왔는데 ‘그냥 마지막으로 다녀오자’는 마음으로 어머니와 대회장에 갔다. 그런데 예선에서 7언더파를 해냈다”고 웃었다.

이른 나이 부담이 어깨를 짓누른 시점에서 ‘내려놓는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깨달았다. 그 순간 조아연의 골프 인생은 확실하게 오름세를 탔다. 아마추어 시절 프로 대회에 나가 호성적을 거둔 것도 당시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 모든 경험이 올 시즌 “루키답지 않다”는 기분 좋은 평가를 듣는 원동력이 됐다. 조아연은 “후반기에도 조급함 없이 보는 사람들이 ‘조아연의 골프는 참 즐겁고 힘이 난다’는 말을 하도록 즐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영상ㅣ곽재순 기자 ssoo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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