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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엘스코-비아와=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솔직히 많이 힘들다. 그래도 이겨내고 도전해야 한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폴란드 U-20 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 죽음의 조를 2위로 통과한 데 이어 16강에서 숙적 일본까지 이겼다. 승승장구하는 과정에서 이강인을 비롯해 오세훈, 엄원상, 최준, 김현우, 이재익, 이광연 등 주요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특정 선수들이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국제대회에서의 성과는 벤치멤버들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은 팀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팀 공기가 달라지고, 성과까지 바뀔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출전 시간이 0분에 불과한 이규혁(20·제주)은 최고의 선수다. 이규혁은 지난 한일전 하루 전 날인 3일 최종훈련을 마친 후 선수들에게 자진해서 메시지를 던졌다. “경기에 뛰는 사람도 있고 못 뛰는 사람도 나온다. 못 뛴다고 뒤에서 표현하지 말고 다 같이 한 팀으로 응원하고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이규혁의 한 마디를 뛰는 선수, 못 뛰는 선수를 하나로 묶었다. 덕분에 선수들은 ‘원팀’이 돼 일본을 잡을 수 있었다.
6일 비엘스코-비아와 외곽 리고타 훈련장에서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규혁은 “경기에 못 뛰는 선수는 당연히 나오게 돼 있다. 나오는 선수들이 집중을 받고 못 뛰는 선수들은 배제될 수 있다. 저도 뛰지 못했는데 뒤에 있는 선수들이 의기소침하고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됐다”라며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당연히 이규혁도 경기에 나서고 싶다. 선수라면 당연한 생각이다. 그는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은 어떤 선수나 크다.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그것도 못 이겨내고 표현하고 기분 나쁘다고 티를 내면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겨내면 기회가 왔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세훈이가 따로 와서 고맙다고 했다. 세훈이도 출전하지 못하다 기회를 살려 계속 뛰고 있다”라며 동료들 반응을 얘기했다.
이어 이규혁은 “포지션 경쟁자인 최준은 어떤 말을 해줬나?”라는 질문을 들은 후 한참을 침묵했다. 잠시 울먹이던 그는 “준이가 잘 준비하고 있으라고 했다. 기회가 언제 갈지 모르고 자기가 언제 다칠지 모르니 잘 준비하라고 했다. 저 같은 생각을 다른 선수들도 하고 있다”라고 차분하게 답했다.
경기에 나서고 싶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는 이규혁도 심적으로 힘든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는 팀을 먼저 생각하며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이규혁은 “솔직히 많이 힘들다. 그래도 이겨내고 도전해야 한다. 준비는 한국에서부터 했다. 준이 다치면 늘 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 준비했다. 기회가 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주어진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라며 경기에 출전할 경우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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