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야구의 암담한 현주소

프로리그는 시기 부적절, 엘리트부터 생겨야

“우리도 실패 맛보고, 도전하고파”

여자야구연맹 “선수 성장 위한 환경 조성할 것”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우리도 도전하고 싶다.”

여자야구 선수들이 반복해온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의지가 아니다. 도전을 할 수 있는 길 자체가 막혀 있다는 점이다. 국내 4대 스포츠 가운데 여자 리그가 없는 종목은 야구가 유일하다.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회가 빠져 있다.

최근 미국에서 여자프로야구리그가 출범했다. 역사상 첫 여자프로야구다. 길이 열렸다. 반면 한국은 아직 출발선조차 없다. 김라경, 김현아, 박주아, 박민서 등 미국 진출 선수와 국내 정상급 선수, 그리고 여자야구연맹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엘리트로 성장할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당장 프로리그를 논하기는 어렵다. 프로는 실력이 전제다. 현재 국내 여자야구의 대부분은 동호인 기반이다. 흥행성과 경기력 모두 아직 준비 단계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여성 엘리트 야구부터 만들어야 한다.

KBO리그 역시 1982년 출범 이전, 고교야구라는 엘리트 아마 구조를 통해 토대를 다졌다. 여자야구도 같은 길을 가야 한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다르다. 리틀야구 이후 선택지는 거의 없다. 주니어 팀도 사실상 천안 한 곳뿐이다. 고교에 진학하는 순간, 대부분은 야구를 접는다. 구조적 단절이다.

미국에 진출한 4인방은 입을 모았다.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후배들은 우리 같은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도전보다 포기가 먼저 강요되는 현실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여자야구연맹도 문제를 분명히 알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유소년–청소년–성인으로 이어지는 성장 구조 단절이 가장 큰 과제”라며 “고교 여자야구부 창설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소프트볼·리틀·티볼 단체가 함께 유소년 여자 선수 저변 확대를 논의하는 협약을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기간에 전국 확대는 쉽지 않다. 그래서 연맹은 단계적 접근을 택했다. 권역별 여자야구 클럽 확대, 학교–클럽 연계 모델 구축, 그리고 세미프로 또는 실업형 팀 2~4개 시범 운영을 통한 엘리트 구조 형성이다. 프로 이전에, 선수들이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도전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해야 한다. 실패할 권리도 포함해서다. 21세기에도 야구만 과거에 머물러 있을 이유는 없다. 이들의 진정한 ‘걸스 캔 두 잇’을 응원한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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