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미국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 소속 오타니 쇼헤이의 활약이 연일 화제다. 오타니가 출전한 경기 결과를 비롯해 미국에서 쏟아지는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자세히 전달되고 있다. 일본은 물론 한국도 그의 ‘이도류(二刀流)’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오타니는 예전부터 한국에서도 제법 이름이 알려졌다. 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에도 ‘이도류’로 활약한 오타니는 마치 만화 속에서 나온 듯하다고 해서 ‘만찢남’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그런 오타니가 미국에서도 ‘만찢남’에 걸맞는 대활약을 펼치고 있으니 한국에서 관심을 갖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첫 등판 승리’, ‘홈구장 데뷔전 첫 홈런’, ‘12탈삼진과 3연속경기 홈런’ 등 그의 활약은 기사 제목으로도 쓰기 쉽고 임팩트가 있다. ‘첫 3루타’, ‘첫 4번 타자 출격’, 그리고 ‘첫 패배’까지도 크게 다뤄졌다.
한국이 오타니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역시 ‘이도류’라 불리는 투타겸업에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해태 타이거즈 시절의 김성한이 투수로 10승, 타자로 13홈런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그건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했던 1982년 당시의 기록이다. 이번 시즌부터 KT 위즈에서 플레이하는 강백호가 150㎞의 직구를 던져 투타겸업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지금은 외야수로 뛰고 있다. 모두의 상식을 뛰어넘는 오타니의 도전은 한국에서도 파격적으로 비치는 것 같다.
일본에서도 오타니는 ‘상식을 엎은 혁명가’ 같은 존재다. 스포츠 신문이나 주간지는 물론 여성 잡지에서도 ‘세계를 떨게하는 오타니 쇼헤이의 전설’이라는 특집을 기획해 그의 소년 시절과 고교시절 사진을 크게 실었다. 사진잡지인 ‘주간 플래시’에 따르면 ‘오타니 모델’을 판매하는 명품 시계 브랜드 세이코, 오타니와 지원스태프 계약을 맺은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 등 오타니와 관련된 기업의 주식도 오르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오타니는 JAL(일본항공),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와 오클리, 건강보조식품 브랜드 SAVAS, 침구 브랜드 니시카와산업 등과 계약을 맺고 있다. 특히 그가 이동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차는 에인절스 구단에서 제공받은 현대 소나타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렇듯 검소하고 겸허한 그의 인품도 호감도를 높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직 23살로 젊기 때문에 앞으로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한데 여기서 문득 뇌리를 스친 것이 한국의 ‘오타니 세대’들이다. 사실 오타니는 고교시절에 한국에서 경기를 한 적이 있다. 2012년 서울에서 열린 U-18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일본 대표로 출전했다. 첫 경기인 캐나다전에서는 4번 타자와 투수, 한국과의 5·6위 결정전에서는 선발투수로 나왔었다. 당시 5·6위 결정전에서는 한국이 3-0으로 승리했는데 오타니에게 선제 2루타를 날린 송준석은 고교 졸업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으나 어깨 부상으로 재활에 몰두했고 병역의무를 마친 뒤 이번 시즌 드디어 복귀했다. 송준석 외에도 오타니와 동세대 선수들은 많지만 일단 프로팀에 입단한 뒤 상무나 경찰청 등에서 병역의무를 마치고 지난 해부터 본격적인 프로선수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선수가 대부분이다. 고교 졸업 후 순조롭게 재능을 발휘하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오타니와 이제 병역을 마치고 프로선수로서 출발점에 선 한국의 오타니 세대, 바로 거기에서 일본과 한국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의 차이를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 뿐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번역: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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