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h0771김수현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김수현이 내놓은 영화 ‘리얼’(이사랑 감독)을 두고 말이 많았다. 개봉전 영화감독 교체 및 여주인공 설리의 파행 등이 논란이 됐기 때문. 그러나 막상 영화가 베일을 벗고 나니 이제는 영화 자체를 두고 혹평이 쏟아졌다. 김수현과 설리와의 수위 높은 러브신을 비롯해 노출 장면들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내용을 비꼬면서 “청소년관람불가가 아니라 ‘인간관람불가’영화”라고 악평을 한 댓글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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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하더라도 배우 김수현을 지목해서 비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김수현의 연기는 그동안의 작품들에서 쌓아온 신뢰만큼이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기 때문. 특히나 이번 영화에서 1인2역을 하고, 알고 보면 해리성 정신장애를 겪으며 다중인격이 된 인물을 이야기하는데 꽤나 설득력 있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다만 이번 영화를 선택한 당사자가 김수현인 만큼 선택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그의 몫이다. 영화가 냉담한 반응을 받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김수현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김수현은 담담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지금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명쾌하지 않고, 친절하지 않은 영화다.

퍼즐식으로 만들어졌다. 인물들의 전사도 다뤘는데, 그런 부분들이 좀 편집된 것 같다. 그러니까 더 미로처럼 느껴지게 됐다. 영화에 돌입하면서 이 인물들이 이 시간이 되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다루는 웹툰 같은 것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요즘 웹툰은 퀄리티가 좋으니까 그런 게 있으면 관객들이 영화를 이해를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도 했다.

리얼_action_wide(fin)

-스스로는 이해가 잘 됐나. 시나리오로 상상했던 게 얼마나 구현된 것 같나.

대본 안에 숨어있는 것을 잘 숙지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연기를 준비하면서 조금 더 애를 먹었던 것은 조직의 보스, 수트를 입고 나오는 장태영인데, 강인한 캐릭터였다. 그 사람의 카리스마나 강함에 조금더 욕심을 냈다. 그런 부분이 어려운 작업이더라. 그에 반해 르포작가인 따라쟁이 장태영은 처음에 겁 먹었던 것에 비해서 매끄럽게 잘 진행이 된 캐릭터 같다. 특히 그 캐릭터는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게 목표였다.

-그게 목표였다면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연기를 잘했는데도, 불편하게 본 평들만 너무 많다.

대중의 반응은 그 방향이 어느 쪽이든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건 ‘리얼’이든 다른 어떤 작품이든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리얼’이 어떤 방향으로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나에게 ‘리얼’은 사랑하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닐까.

나는 그 울타리 안에 있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난 단순했다. 이 영화 속 캐릭터에 매료됐다. 그래서 욕심을 냈다.

still_2리얼 스틸

-김수현에게도 이런 불량한 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

예전에 활동 한지 얼마 안됐을 때 그당시 목표로 이야기한게 올라운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였다. 할 수 있는 한 많은 색깔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딱히 배우로서 변신에 특별히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대본안에서만 봐도 장태영이 몇가지 인격일까 싶었다. 상반된 캐릭터라고만 해도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의 색깔들이 다양해서 욕심을 냈다.

-관객들이 이것 하나는 꼭 보고 나왔으면 하는게 있을까.

‘리얼’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것 중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이었다. 그냥 뭉뚱그려서 1인2역이라고만 소개됐지만, 두 사람의 인격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두 장태영이 다 가짜다. 그 가짜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의 크기가 변해가는 과정이나 후반부에 믿음이 깨지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모습에서 그런 심리를 표현하고 싶었다. 난 그런걸 보여주고 싶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인가.

후반부에 둘이 화장실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그리고난 뒤 투자자 장태영이 환각속에서 카지노 시에스타로 차를 운전하는 장면이 마음에 든다. 그부분을 연기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좀 희안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 덕분에 표정이나 연기가 자유롭게 됐다.

-설리와의 호흡은 어땠나. 러브신 등이 있었다.

(설리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 현장이 밝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캐릭터 분석할 때나 만들어갈 때부터 열정적으로 하더라. 러브신은 중후반쯤 찍으면 됐지만, 영화 초반부터 부담이었다. 준비를 하면서도 계속 겁을 냈다. 운동을 열심히 했다. 숨도 못 쉬고 긴장하며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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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을 끝내면서 “앞으로 10년 후를 기다려달라”고 했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지금 목표한 대로 잘 가고 있는 것 같은가.

시간이 지나있을때 어떤 배우가 돼 있을지 기대해달라는 이야기였다. 관객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는게 목표다. 그 시간이 흘렀을 때 어디까지 다가가있을까 하며 한 말인데, 지금 얼마만큼 다가갔는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다. 평가는 관객들이 하는 것이지 않나.

-내년이면 군에 입대해야한다. 시간이 많지 않은데 다작을 하지 않고 작품을 골라서 한 이유는.

‘리얼’을 욕심 내서 그랬다. 그리고 내가 ‘리얼’로 꽉 차 있었다. 그러다보니 ‘리얼’을 덜어내는 시간도 필요했다. ‘리얼’을 끌어안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캐릭터를 하기에는 스스로 여유가 없었다.

-군입대 전 한 작품 더 한다면 어떤 걸 하고 싶나.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건 없다. 타이밍이 잘 맞았을 때 얘기지만, ‘리얼’에서 남자에게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면, 새 작품에서는 여자에게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cho@sportsseoul.com

사진|코브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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