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은퇴를 발표한 후 영국 BT 스포츠를 통해 잉글랜드 축구 레전드이자 유명 축구 방송인 게리 리네커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스티븐 제라드)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나는 돈을 쫓지도 않았고 영광을 쫓지도 않았다. 물론,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쉽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내가 내 커리어에서 보여준 충성심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리버풀 FC의 팬에게도, 리버풀 FC의 팬이 아닌 축구팬들에게도 널리 존경받았던 리버풀의 '캡틴'이자 '심장'인 스티븐 제라드가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선수시절, 그는 리버풀과 잉글랜드의 주장을 역임하면서 남다른 충성심과 강한 리더쉽, 그리고 미드필더로서의 실력을 바탕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리버풀 FC를 떠나 EPL의 한 '아이콘'이었던 스티븐 제라드의 은퇴를 기념하며 그가 은퇴 직후 현재 영국에서 가장 명망 높은 축구 방송인(잉글랜드 레전드 공격수 출신) 게리 리네커와 가진 인터뷰 전문을 영상과 함께 공개한다.
리네커 : 은퇴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라드 :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서서히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통증이 느껴지는 것도 점점 잦아졌고 몸에서 그런 신호를 보내왔다. 경기장에서 스스로 느끼는 느낌도 달라졌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나 스스로 몸이 느려졌다는 것을 느꼈고 전과 같은 플레이도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시간이 가면서 그런 일들에 점점 좌절감이 들었다.
그 몇년 사이에 나는 주변에서 '그래도 능력이 조금 남았을 때 떠나라'라는 말을 들었다. '너무 오래 남아서 스스로 망신을 당하지 말라'는. 나는 나에게 그런 순간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느꼈고 그런 점에서 지금이 바로 은퇴할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리네커 : 지금이 은퇴할 때다 싶은 특별한 순간이 있었나?
제라드 : LA 갤럭시에서 보낸 지난 세, 네달 사이에 너무 많은 부상을 당했다. 내가 전처럼 날렵하지 못하다는 걸 스스로 느꼈다. 경기도 점점 더 힘들어졌다. 특히 고도가 높거나 기온이 높거나 습한 곳에서 말이다. 원정 경기에 나설 때도 전보다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은퇴를 결정한 것은 한 특별한 순간이라기보다는 그런 과정을 통해 결정한 것이다.
지난 6개월간, '오늘 내 플레이는 별로였어'라거나 '저 선수한테 당했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지금이 적당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리네커 : 선수생활을 그리워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제라드 : 100% 그렇다. 나는 축구를 하는 것 그 자체, 또 축구를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는 매일 훈련하는 것을 즐겼고 축구를 통해 경쟁하는 것, 축구를 하며 성공과 실패를 겪는 일도 즐겼다. 나는 그 모든 한 순간 한 순간을 사랑했다. 선수생활이 아주 많이 그리울 것이다.
리네커 : 은퇴를 하며 겪는 지금 감정은 어떤가.
제라드 : 아주 복잡한 심정이다. 경기장에 다시 못 나선다는 것이나 더이상 드레싱룸에서 동료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 또 경기장 위에서 다른 선수들과 더이상 경쟁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기도 하다. 더 이상 그 많은 관중들 앞에 설 수 없다는 것이나 축구 선수로서 아름다웠다고 말할만한 놀라운 순간들을 더 이상 가질 수 없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자랑스럽고 또 행복하다. 나는 내가 꿈꾸지도 못한 많은 일들을 이뤄냈다. 나는 공동주택에서 살던 소년으로서 언제나 나의 고향의 클럽을 위해 뛰기를 꿈꿨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나는 나의 지나온 날들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
리네커 : 성공적인 순간들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그런 순간들 중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
제라드 : 물론 2005년 이스탄불에서 있었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었다. 리버풀과 5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순간. 그래서 우리가 그 트로피를 영구소장하게 됐던 순간. 그 순간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꿈같은 일이지만, 우리가 그 경기, 아마도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최고의 결승전으로 기억될 경기에서 결국 우승을 차지했던 일은 정말이지 기적이었다.
그 경기에서 특히 나에게 의미 깊었던 것은 내가 그 경기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주장으로서나는 많은 부담을 느꼈고, 그 경기는 내가 제 역할을 해야만 하는 경기였다. 그 경기를 돌아보면, 나는 큰 기쁨을 느낀다.
물론 나에겐 잔인한 순간도 많았다. 그 첼시 전이 그렇다. 그 경기는 나를 아주 오랫동안 괴롭게 만들었던 경기였다. 그것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통해 겪은 환희와 정반대되는 그런 것이었다. 그 첼시 전에서 나의 실수는 마치 내 인생에 재앙이 불어닥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리네커 : 국가대표팀을 위해 100경기 이상을 뛴 많지 않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
제라드 :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모든 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 어린이들에게 잉글랜드를 위해 뛰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질문을 받는다. 그러나 처음 그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고 그 후로 정기적으로 또 다른 경기를 가질 때까지는 그 감정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와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뛰는 것은 내가 달성한 또 하나의 꿈이었다.
100경기 이상 출전한 것은 나에겐 정말 감격적인 일이었다. 돌아보면 나의 잉글랜드 커리어는 대부분의 선수들처럼 좋은 순간도 그렇지 않은 순간도 있었다. 독일을 5-1로 꺾었을 때와 같은 순간이 있었는가하면 승부차기에서 패한 순간도 있었다. 또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의 지휘 아래 유로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순간도 있었다. 그런 좌절의 순간도 축구선수의 일부다. 축구선수란 언제나 그렇게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겪는 사람들이다.
리네커 :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볼 때, 선수로서 스스로의 장점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제라드 : 나는 별로 나 자신에 대해 자만하거나 우쭐대는 그런 유형의 사람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어떤 것이든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는 그런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가장 골을 잘 넣는 미드필더였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내가 가장 수비력이 좋은 미드필더였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나는 모든 역할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헤딩경합, 태클, 경기중의 질주, 그리고 거리에 관계 없이 패스를 할 수 있었고 골을 넣을 줄도 알았다. 그것이 나의 강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는 신체와 지구력이었다고 할까.
리네커 : 본인의 약점은?
제라드 : 라파 베니테즈 감독이 지적했듯이 특히 내 커리어 초기의 약점은 미드필더로서 내가 나의 포지션을 자꾸 놓치고 때때로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는 등의 규율적인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어리석게 받은 옐로우 카드, 레드 카드 등으로 팀 동료들을 실망시키는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그 점들이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커리어를 갖기 위해 내가 수정하고 고치고 싶은 바로 그런 부분들이다. 그러나 완벽한 커리어를 갖고 있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그런 선수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리네커 : 은퇴는 LA 갤럭시에서 했지만, 본인은 늘 리버풀의 선수로 기억될 것이고 거의 모든 커리어를 리버풀에서 보냈다. 그 점에 대한 후회는 없나? 다른 팀으로 옮길 기회도 있었을텐데.
제라드 : 지금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나는 나의 커리어에 대한 아무런 후회도 없다. 물론 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한 적이 없다는 것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순간도 있었다. 그랬다면 어쩌면 나는 은퇴를 하는 이 자리에서 4회, 5회 정도는 리그 우승을 차지한 선수일 수도 있었다.
외국으로 떠나서 더 큰 영광을 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충성을 다 했다는 것에서 만족을 느낀다. 나는 돈을 쫓지도 않았고 영광을 쫓지도 않았다. 물론,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쉽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내가 내 커리어에서 보여준 충성심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리네커 : 리버풀 FC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제라드 : 세상이다.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리버풀의 팬이었고 나의 가족 중 대부분도 리버풀의팬이다. 내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리버풀이 나를 대한 방식, 또 그들이 나를 형성해준 방법 덕분에 나는 괜찮은 사람이자 축구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고 나는 그들에게 아주 깊이 감사하고 있다.
리네커 : 은퇴 후, 지도자가 되는 길을 걸을 생각인가? TV 관련 일보다는?
제라드 : 둘 다 해보고 싶다. 현재로서는 BT 스포츠를 통해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 중계에 참가할 수 있게 되어 아주 기대가 크다. 그 일은 내가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좀 더 미래에는 물론 수석코치나 감독이 되어 언젠가 다시 드레싱룸으로 돌아가고 싶다. 내게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리네커 : 본인은 많은 감독 아래서 뛰었다. 그 중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감독은 누구였나? 혹은 본인이 감독이 됐을 때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제라드 : 한 감독을 뽑는 것은 다른 감독들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모든 감독들로부터 배우고 싶다. 그들의 장점과 단점까지. 선수들은 감독들과 생각이 다른 순간이나, 그들이 선수를 대하는 모습 등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나라면 다르게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전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겪어본 가장 뛰어난 감독은 물론 라파 베니테즈 감독이었다. 그러나 감독은 자신만의 방식이 있어야 한다. 선수로서 감독들을 통해 겪고 배운 것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경기를 보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리네커 : 본인이 같이 뛰어본 최고의 선수는 누구였나?
제라드 : 루이스 수아레즈다. 누구와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그는 경이적인 선수였다.
리네커 : 잉글랜드로 돌아오는가 ?
제라드 : 리버풀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지낼 생각이다.
리네커 : 은퇴를 결정하는 것이 힘들었는지
제라드 : 힘들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더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었고, 축구를 그리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더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 것은 아니니까. 나는 지금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는 플레이할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플레이는 정상의 플레이다. 나는 나 스스로 꾸준하길 바라며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그런 일이 더 자주 발생하기 전에, 나는 바로 지금이 떠나야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영상=이번 기사에서 소개한 제라드와 리네커의 인터뷰 전체영상)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2015@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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