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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지난 달부터 축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K리그 신생 구단 창단이 결국 백지화됐다. 청주를 연고지로 하는 프로축구단 창단이 공식화된 뒤 포기 선언을 하기까지는 불과 보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프로구단 창단을 추진한 SMC엔지니어링㈜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 프로축구단 창단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신생 구단 창단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창단 작업이 진행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점도 눈에 띄었다. 기업구단을 표방하면서도 청주시에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11월에야 창단을 추진하면서도 내년 시즌 K리그 챌린지 합류를 목표로 내걸었다는 점이다. 시기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준비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창단 작업은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됐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는 못했다. 창단 추진이 본격화되자 프로축구연맹은 시의회의 동의가 포함된 확인서와 연고 협약서를 제출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청주시의회는 지난 8일 본회의를 통해 시가 참여하는 축구단 창단을 사실상 반대하면서 창단에 제동이 걸렸다. SMC엔지니어링㈜는 시의 재정적인 지원 없이는 창단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기업 컨소시엄을 해체하면서 창단 작업은 일단락됐다. 한편으로는 창단의 의지를 이어가기 위해 내년 K3리그에 참가할 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지만 리그 참여는 지켜봐야한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현재 시도민구단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청주시의)재정 지원이 확약되지 않는 상황에서 창단 승인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생구단 창단 시도를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K리그 챌린지에 합류할 또 하나의 기업구단 탄생을 위해 하부리그격인 내셔널리그와 구단은 뒷전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청주프로축구단은 창단 과정에서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을 인수해 신생 구단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양 측은 이미 구단 인수와 매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프로구단 창단은 축구계에서 바라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2013년 K리그 챌린지 출범을 앞두고 FC안양이 내셔널리그 국민은행을 인수했을 때도 논란이 일었다. 뿌리인 하부리그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국 축구가 건강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다. 반대로 하부리그 팀을 인수해 상위리그에 참가하겠다는 구상은 한국 축구계가 부실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례가 될 수 밖에 없다. 한쪽에서 청주 프로축구단의 창단 작업이 속도를 내는 동안 반대편에 있던 내셔널리그와 울산미포조선은 내년 시즌 구상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한 축구인은 “이번 창단 작업을 지켜보면서 1~2부리그 뿐만아니라 3~4부리그격인 내셔널리그와 K3리그도 함께 승강제를 운영해야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 프로구단의 인수가 상위리그로 향하는 발판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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