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추신수,
[스포츠서울] 텍사스 추신수가 22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셀룰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W와의 경기를 앞두고 스포츠서울과의 창간 30주년 특별 인터뷰를 진행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시카고 (미 일리노이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2001년 2월, 부산고를 갓 졸업한 유망주 투수 추신수(32)는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의 기억을 빌리자면, 새까맣고 마른 체형의 가냘픈 모습이었다. 얼굴엔 여드름이 한 가득했다. 그는 4년 간 눈물겨운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05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ML)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후 10년 뒤 추신수는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ML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스포츠서울은 창간 30주년을 맞아 올해 ML 10년 차를 맞은 추신수를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US셀룰러필드에서 만났다. 추신수는 “어렸을 때 꿨던 작은 꿈이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박찬호 키드 였던 추신수, 첫 꿈은 소박했다

추신수에게 던진 첫 질문은 ML에 진출하게 된 계기였다. 그는 “미국 진출을 결심했을 때만 해도,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박찬호 선배가 야구하는 것으로 보면서 메이저리거의 꿈을 꿨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단 한 경기, 단 한 순간 만이라도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추신수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아기 걸음’처럼 꿈을 좇았다.

미국 생활의 시작은 고통스러웠다. 추신수는 힘겨운 마이너리그 생활을 4년간 경험했다. 그는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 영어를 공부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학교에 다닌 것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통역이 2년 정도 있었지만, 그저 현지 선수들에게 무작정 부딪히며 생존했다. 다행히 선수들은 친절했다. 상대방도 나의 영어 구사 능력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만 하면 설명을 잘 해줬다. 입을 여는 용기가 중요했던 것 같다. 나는 동료 선수들에게 영어를 배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스타가 된 지금도 마이너리그 때의 생활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 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마이너리그 생활을 접고 국내로 돌아온 나경민도 추신수가 먼저 연락을 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추신수는 “나는 그들의 가족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나 역시 마이너리그에서 뛸 때 서재응 선배가 한번씩 연락을 해주면 곁에 누군가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이너리그 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줄 알고 있다. 그냥 마음이 간다”고 전했다.

[SS포토] \'동점\' 만든 추신수, \'모어랜드, 잘 했어\'
[스포츠서울] 텍사스 추신수가 20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US 셀룰러필드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초 2사 만루 모어랜드의 우전안타 때 득점 후 모어랜드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다. / 시카고 (미 일리노이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추신수의 역설, 마이너리그 생활이 가져다준 행복

마이너리그 생활은 추신수에게 뿌리가 됐다. 단순히 야구 선수로서의 토양이 된 것이 아니라 삶 전체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추신수는 “최근 국내 프로야구를 거쳐 프리에이전트로 미국 진출을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선택하라 해도 (마이너리그를 거친)내가 온 길을 선택할 것이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면서 야구 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에 큰 도움을 받았다. 사람을 대하고 다른 나라를 알아가는 과정, 마이너리그 생활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추신수는 마이너리그를 통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ML에 바로 직행했다면 미국 생활을 배우기 힘들었을 것이다. 마이너리그는 배우는 곳이고, ML은 내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 곳이다. ML에서 곧바로 현지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것은 힘들다. 마이너리그에서 미국에 대해 배우고 어떻게 현지 시스템이 돌아가는지, 어떤 선수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ML에 와서도 밑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14년 간 밟아온 미국 생활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번 선택한 길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참 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야구를 시작한 것, 미국에 온 것, 타자로 전향한 것, 마이너리그 시절 때 한국에 돌아갈 기회가 있었지만 가지 않은 것 등이 그것이다. 모든 선택에 행운이 따랐고 만족한다.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선택에 있어서도 후회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거의 모든 선택은 아내(하원미 씨)와 상의하고 결정한다. 둘이 결정하니 혼자 선택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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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텍사스 추신수가 21일(한국시간) 미국 일리조이 주 시카고 US셀룰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W와의 경기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 시카고 (미 일리노이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추신수가 전하는 메시지 ‘ML을 꿈꾸는 이들에게…’

추신수는 한국 ML 역사의 살아있는 선구자다. 그는 그가 살아온 길을 스스로 개척했다. 추신수가 처음 미국에 진출해 공을 들였던 건 웨이트 트레이닝이었다. 현지 선수들과의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선 근력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까지도 ML을 꿈꾸는 많은 이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추신수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해 “장·단점이 분명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무턱대고 ML에 진출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하면 안된다는 뜻이었다. 그는 “처음 미국에 도착하니 내 몸이 너무 왜소했다. 미국 선수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매우 열심히 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보니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더라. 그런 부작용을 직접 경험해보니 이제는 이상적인 몸이 어느 수준인지 몸소 터득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데 집중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ML은 체력 소모가 매우 많다. 이동거리가 먼데다 경기 수도 많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몸이 지치는 것을 방지해 주는 운동이다. 파워와 장타력을 위해 몸을 불리는 것보다 체력 관리에 집중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습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나는 콜라를 전혀 안 먹는다. 탄산이 몸의 활동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탄산 음료는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S포토] 추신수 \'빗 맞았어\'
[스포츠서울] 텍사스 추신수가 20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US 셀룰러필드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 시카고 (미 일리노이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추신수가 말하는 본인의 미래

추신수는 미국 땅을 밟은 지 14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의 가치는 충분하지만, 선수로서, 이제까지 밟아온 시간 보다 남아있는 시간이 훨씬 적다. 추신수는 “앞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라는 질문에 “열심히 하는 선수, 그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운동했던 선수로 팬들의 기억속에 영원히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 드러난 성적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안타, 홈런 등 타격에서의 성적은 내가 하고 싶다고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경기를 얼마나 준비하고 운동하는 지에 대한 여부다. 이건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선 최선을 다하려 했다. 그렇게 살아온 모습이 기억에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추신수는 조금씩 선수로서의 마침표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야구를 하고 싶다. 일단 텍사스와의 계약이 5년이나 더 남아있다. 5년의 계약이 끝나더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계속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굳이 계약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 생활을 ‘깨끗하게 할 만큼 했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 때 은퇴를 하고 싶다. 이미 나는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선수 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SS포토] 추신수, 시카고에서도 인기 만점
[스포츠서울]텍사스 추신수가 21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US셀룰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W와의 경기를 앞두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 시카고(미 일리노이 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추신수가 한국야구에 바라는 점 “경쟁보다는 즐기면서 했으면…”

추신수는 한국 야구의 발전에도 이바지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구체적인 계획은 잡고 있진 않다. 하지만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 힘을 보태고 싶다. 한국 프로야구가 어떤 시스템인 줄은 잘 모르지만 미국에 비하면 많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내가 가장 크게 돕고 싶은 건, 어린 선수들의 마음가짐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 중심, 엘리트 중심의 학생 야구보다 즐기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생활 체육으로서의 야구 시스템을 말하는 것이다. 추신수는 “남미 어린이 들에게 야구놀이를 하자고 했더니 주위의 보이는 것, 가령 막대기와 돌멩이를 찾고 그러더라. 그런데 한국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하자고 하면 어떤 메이커의 배트를 쓰는지, 글러브는 얼마나 비싼 제품을 쓰는지 비교하더라.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모습이 사뭇 다른 것 같다. 스포츠는 즐겨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 스포츠를 경쟁 중심의 산업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좀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추신수는 인터뷰 말미에 “나는 꿈이 많다”고 말했다. 야구인으로서 뿌리는 한국에 있고, 한국 야구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꿈은 간절해 보였다.

시카고(미 일리노이주) |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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