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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꺾고 2015 NBA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골든스테이트를 40년 만의 우승으로 이끈 스티브 커는 개인 통산 여섯 번째 NBA 타이틀을 차지했다. 선수로서 시카고 불스에서 세 번,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두 번 기쁨을 맛봤고 감독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커는 우승 직후 은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시카고 시절 감독이었던 필 잭슨, 샌안토니오 때의 감독이었던 그렉 포포비치에 앞서 가장 먼저 언급한 이름이 루트 올슨이었다.

올슨은 존 우든과 함께 미국 대학농구 사상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전설적인 명장이다. 애리조나대학을 25년 동안 지도하면서 1997년 팀을 NCAA 토너먼트 정상에 올려놓는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특히 선수 발굴과 육성에서 대단한 능력을 발휘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선수들을 대학에서 조련해 NBA의 스타로 키워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바로 커였다. 커를 비롯해 데이먼 스타더마이어와 마이크 비비, 마일스 사이먼 등 뛰어난 가드들이 그의 지도 아래 큰 선수로 성장했다. 올슨은 1986년에는 대표팀 감독으로 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서 미국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애리조나를 농구 명문으로, 대학이 있는 투산을 농구 도시로 만들며 2002년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그는 2008년 은퇴했다.

커는 애리조나 재학 중이던 1986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올슨이 지휘한 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했다. 그러나 대회 중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대학농구 1986~1987시즌을 통째로 쉬어야 했다. 다시 돌아온 그는 1988년 NCAA 토너먼트에서 애리조나가 파이널4에 진출하는데 힘을 보탰다. 오클라호마와의 준결승 이전까지 커의 시즌 3점슛 성공률은 무려 59.9%였다. 그러나 준결승에서 12개의 3점슛을 던져 2개를 넣는데 그쳤고 팀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프로에 진출한 그는 통산 3점슛 성공률 45.4%를 기록하며 NBA 사상 가장 정확한 슈터의 하나로 이름을 남겼지만 대학 마지막 경기에 대한 아쉬움은 오랫 동안 남았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지금도 수시로 생각나고 나를 괴롭히는 유일한 경기”라고 말했다. 만약 그때 평소처럼 3점슛이 들어갔다면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대학농구 챔피언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자책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골든스테이트 감독으로 부임한 커는 사령탑 데뷔 첫 시즌 67승 15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고 결국 팀을 NBA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골든스테이트는 2014~2015시즌 3점슛 성공률 1위에 올랐다. 신임 감독의 현역 시절 명성에 걸맞는 기록이었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었다. 커는 시카고와 샌안토니오 시절 스승들 밑에서 배운 전술을 자신의 팀에 적용했다. 잭슨의 트라이앵글 오펜스, 포포비치의 스페이스 앤드 페이스의 장점들을 골든스테이트의 특성에 맞게 활용한 것이다. 포포비치가 2014년 NBA 파이널에서 르브론 제임스의 마이애미 히트를 누르고 우승했을 때 보여준 전략에서도 영감을 얻었을 터였다. 커는 제임스가 돌아온 클리블랜드를 상대하면서 포포비치처럼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전략을 세웠고, 성공을 거뒀다.

시카고의 잭슨에게는 마이클 조던이 있었고 샌안토니오의 포포비치에게는 팀 던컨이 있었다. 골든스테이트의 커에게는 누가 있는가? 간판 스타인 스티븐 커리는 뛰어난 선수임에 분명하지만 조던이나 던컨에 비할 바는 못된다. ‘스플래시 브러더스’ 커리와 클레이 톰프슨은 커가 감독으로 오기 전부터 있었지만 골든스테이트는 강팀이 아니었다. 이번 파이널 MVP의 영예는 ‘식스맨’ 앤드리 이궈달라에게 돌아갔다. 커가 골든스테이트를 맡아 시도한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가 올스타급 선수인 이궈달라를 식스맨으로 돌린 것이었다. 이궈달라는 처음 겪는 변화에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냈고, 파이널에서는 제임스 수비를 비롯해 리바운드와 공격 등 전방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커에게는 또 루크 월튼과 브루스 프레이저라는 좋은 코치들이 있었다. 월튼은 어시스턴트 코치로서 커를 보좌했고, 프레이저는 선수 관리와 개발을 맡아 후방에서 승리를 지원했다. 잭슨에게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고안한 텍스 윈터가 있었다면 커에게는 월튼과 프레이저가 있었던 것이다.

커를 비롯해 이궈달라와 월튼, 프레이저는 모두 애리조나대학 동문이며 올슨의 제자들이다. 커가 감독 데뷔 시즌에 NBA 챔피언이라는 성공을 거두게 된 데는 시카고와 잭슨, 샌안토니오와 포포비치의 영향도 컸지만 올슨이 오랜 기간 애리조나에서 쌓아놓은 유산이 가장 결정적인 힘이 됐다. 대학은 그에게 뼈아픈 경험을 안겨줬지만 더 큰 성취를 위한 자산도 만들어준 것이다. 커가 잭슨과 포포비치에 앞서 올슨의 이름을 언급할 만하지 않은가? 물론 가장 인정받아야 할 것은 커의 리더십이다. 그는 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모든 구성원들이 조화를 이루며 단합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같은 능력은 대학시절 스승에게서 배운 것이다. 올슨이 제자의 성공에 가장 기뻐하는 것도 그 부분이다. 올슨은 골든스테이트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이기심이 없는 위대한 팀”이라고 평가했다.

체육부 선임기자 bukr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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