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이 지난 6일 막을 올렸다. 1991년 중국에서 첫 대회가 열렸을 때만 해도 낯설고 이색적인 느낌이었던 여자월드컵은 이제 국제축구연맹(FIFA)의 중요한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일곱 번째를 맞은 여자월드컵은 개막 직전 FIFA의 부정부패 의혹이 터지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진행되고 있다. FIFA의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사퇴 의사를 밝힌 제프 블라터 회장은 개회식에 불참했고, 다음달 5일 폐회식 참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자월드컵은 월드컵보다 61년 늦게 출범했으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처음 16개국이었던 출전국 수가 지금은 24개로 늘어났고 대회에 대한 관심도 초창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여자월드컵은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이 창안했고, 그의 뒤를 이어 회장이 된 블라터가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그들을 여자축구 발전의 공로자로 볼 수 있을까? 40년이 넘는 그들의 재임기간 동안 월드컵은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가 됐고, FIFA의 재정은 부유해졌다. 그러나 거대 자본이 유입되면서 축구는 외형적,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아벨란제는 불투명한 행정으로 비난받았고 각종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블라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장기 집권하면서 뇌물과 부패, 뒷거래 등 부정행위가 축구계 전체로 확대됐고 ‘아름다운 게임’에 추악한 얼룩을 남겼다. 여자월드컵 역시 메이저 대회로 성장한 이면에는 차별과 상업화라는 어두운 그늘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대회는 남녀 월드컵을 통틀어 처음으로 인조잔디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스포츠는 공정하고 평등한 경쟁을 추구하는 세계다. 여자축구는 그같은 가치를 상징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블라터는 약물과 부정, 인종차별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그 자신이 끊임 없이 부정부패 의혹에 시달렸고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는 이탈리아 축구리그의 승부조작과 관련해 아프리카를 들먹이며 스스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여자축구에 대한 그의 진정성도 의심받아 왔다. 그는 지난 2004년 “선수들이 배구처럼 좀 더 여성적인 유니폼, 예를 들면 몸에 달라붙는 반바지를 입고 뛰면 여자축구의 인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을 타파하기는 커녕 성의 상품화를 제안한 것이다. 여성에 대한 그의 시각은 2003년 여성 집행위원이 3명이 됐을 때 한 발언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제 집행위원회에 3명의 숙녀가 있다. 숙녀 여러분은 집에서 항상 그러는 것처럼 여기서도 맘껏 얘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사법당국의 수사로 촉발된 현재의 상황이 차후 FIFA의 개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뿌리 깊은 부정부패와 단절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만은 틀림없다. 여자축구도 마찬가지다. 수익에만 매몰되지 않고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999년 미국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중국과 승부차기 끝에 우승한 뒤 남자선수처럼 유니폼 상의를 벗어 흔들며 환호,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붙잡았던 브랜디 채스틴도 그런 희망을 갖고 있다. 그는 FIFA 스캔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축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갖게된 바로 이 순간에 여자월드컵이 열리고 있다. 그들이 여자축구의 최고 수준을 지켜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기대대로 블라터의 퇴진이 여자축구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체육부 선임기자 bukr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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