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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공공주택 전경. 제공 |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


[스포츠서울]서울 만리동에 이색적인 집 한채가 세워졌다. 예술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막쿱’(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공공주택)이다.

서울시 SH공사와 예술인이 손을 잡고 만들어낸, 예술가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거주공간이다. SH공사가 집을 짓고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이 주택 관리와 공동체 운영 등을 맡았다.

지난 2013년 입주민 공고를 통해 이 집에 입주한 예술가는 모두 29세대 70여명이다. 미술, 건축, 연극, 문학,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골고루 입주했다.

가난한 예술가들은 집 없는 설움을 겪는 대표적인 직업군이다. 작품 활동으로 돈을 벌어 생활할 수 있는 예술가는 극소수다. 그런 까닭에 전세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서울 도심을 벗어나 변두리로 자꾸 밀려나는 것이 예술가들의 현실이다. ‘막쿱’은 이같은 예술가들의 설움을 해결하고 예술가들이 안정적인 거주를 기반으로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시도여서 눈길을 끈다.

우선 ‘막쿱’은 전세비가 저렴하다. 다양한 평수로 구성돼 있는데 24㎡(8평)의 원룸 전세가 3500만원이다. 목돈을 한꺼번에 내는 것이 부담스러운 예술가를 위해서는 월세 형식으로도 전환해준다. 이사 걱정 없이 오래 거주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2년마다 재계약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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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제공 |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


1층에는 공용공간이 있어 북카페, 전시, 공연, 교육프로그램, 강연 등 이웃끼리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최근 오픈하우스에서 예술가들은 영화 상영은 물론 음악 공연, 퍼포먼스, 전시 등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입주 예술가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공간 운영을 주도해나가는 점도 긍정적이다. 1층 공용공간에 대한 시설 운영 방안은 물론 타 장르 예술가들끼리의 콜라보레이션, 지역 기여 등 다양한 방안들을 서로 의논해 해결해간다.

‘막쿱’에 입주한 작가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하다. 전세비가 올라서 이사할 걱정없는 집에서 맘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것 뿐 아니라 혼자 고독하게 작업하던 데서 같은 예술가들과 이웃해 소통하면서 작업할 수 있다는 점도 행복하다는 목소리다. 동네 주민들도 예술가들의 주택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호기심 어린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오픈하우스 때 방문한 다른 예술가들은 이 공간에 부러움을 금치 못했고, 앞으로 더 많은 ‘막쿱’이 세워지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예술가들은 ‘돈이 되지 않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그들의 예술활동은 사막에서 자라난 나무처럼 세상을 숨통 트이게 만든다. 모든 것이 돈으로 치환되는 신자본주의 사회의 그늘 속에서 예술가들이 멸종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예술가들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막쿱’은 무척 소중한 첫 걸음이다.
김효원기자 e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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