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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승패를 가른 것은 ‘당근’이 아니라 ‘채찍’이었다. K리그 챌린지 최대 라이벌인 상주 상무와 안산 경찰축구단의 올시즌 첫 맞대결에서는 상주가 먼저 웃었다. 상주는 5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7라운드 안산과의 원정경기에서 한상운, 박기동, 김도엽의 연속골로 3-0 완승을 거뒀다. 승점 13점을 확보한 상주는 순위를 2계단 끌어올리며 2위로 뛰어올랐고, 반면 안산은 올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다.
양 팀 모두 첫 맞대결이 시즌 초반 중요한 분수령으로 인식됐다. 상주는 개막 3연승 이후 2경기 연속 무승(1무1패)를 기록하면서 선두권을 이탈한 상황이고, 안산은 개막 후 5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지만 1승(4무)밖에 없어 승점 쌓기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 승리가 절실했다. 하지만 2년만에 펼쳐진 ‘군경더비’는 예상보다 싱겁게 막을 내렸다. 전반에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지만 후반에 상주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승부가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양 팀은 군 복무중인 선수들도 구성된 팀들이라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종종 외박과 외출 등의 ‘당근’이 걸린다. 특히 군경더비와 같이 꼭 이겨야하는 경기에서는 ‘당근책’이 좋은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첫 군경더비를 앞두고 양 팀의 분위기는 달랐다. 안산 이흥실 감독은 경기전 “우리는 이번 경기에 1박2일 외출이 걸려있다. 이런게 걸렸을때 선수들이 잘 찾아 먹길 기대한다”며 싱긋 웃었다.
반면 상주 박항서 감독은 “평일 경기라 이겨도 외출, 외박은 없다. 부대 내에서 이미 선수들에게 군경더비에 대한 중요성을 잘 인식시킨 것으로 안다”고 밝히면서 승리시 ‘당근’은 없지만 패할 경우 ‘채찍’은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상주는 지난시즌에 중요 경기에서 패배할 경우 상주 홈구장에서 문경에 위치한 육군체육부대까지 행군으로 복귀하는 방안 등의 페널티가 언급된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상주는 경기 막판까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안산을 몰아부친 끝에 3-0의 승리를 따냈다. 상주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당근’은 없었지만 3경기만에 승리를 따내면서 선두 탈환의 발판을 만들었다. 또한 2년만에 재개된 ‘군경더비’에서 자존심을 살리며 부대에 복귀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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