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영화 ‘장수상회’의 주인공 박근형(75)은 “내가 이 세상 살면서 이 나이에 주인공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며 젊은 배우들이 주축이 되고 있는 스크린에서 70대에 영화 주인공으로 나선 기쁨을 표현했다.
|
극중 재개발에 반대하며 동네 주민들의 눈총을 받는 수유동의 깐깐한 70대 노인 김성칠 역으로 나선 그는 이웃집 금님(윤여정)과 떨리는 데이트를 하며 삶의 새로운 낙을 찾고, 끝내 첫사랑을 마지막 사랑으로 이루는 해피엔딩의 모습으로 진한 여운을 준다. 그런 결말에 박근형은 뜻밖에도 불만을 표했다. “상처받은 가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강제규) 감독에게 짓밟을 때는 처참하게 짓밟는게 더 극적으로 와닿지 않느냐며 의견을 피력했다. 나로서는 (엔딩이) 좀 섭섭하고 아쉽다. 유명 연극 등에는 비극이 많다. 그래서 나는 그런 걸 원했다. ”
연극 같은 극적인 엔딩을 기대하는 박근형은 연극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1958년 연극으로 데뷔해 “연극이 연기의 모태”라고 말하는 그는 “연극으로 커서 생계를 위해 (TV 등) 미디어로 옮겨와서 별짓 다 하고 지냈다. 그러다보니 연극이 언젠가 내 몸에서 멀어져 있더라”면서도 이번 캐릭터 연기에 연극처럼 남다른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연기 인생 50여년의 그가 특별히 공을 더 들인 연기라니 스스로 얼마나 만족할까 궁금했다. 그는 “잘 모르겠다”고 한 뒤 “배우가 하나 나오려면 50년이 걸린다고 한다. 나는 이제 배우가 된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
그런 그가 3~4년전부터 남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연기라는)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살다보니 가족들을 돌보지 못하고 상처를 많이 줬다”고 말한 박근형은 “그냥 다른 거 둘러보지 않고 왔으니까 후학들에게 조용히 내가 아는 걸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몇년 후에 고향인 전북 정읍에 내려가 연기와 관련된 서당, 예원 같은 걸 해보고 싶다. 적성을 발견할 수 있는 시기의 아이들과 같이 놀고, 글쓰는 분, 연출하는 분, 배우할 분들이 다 모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거기서 연극단체를 만들어서 그 지역에서 연극을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 일들이 적어도 ‘내 아버지, 내 남편이 이런 시도를 했다’는 자부심을 줄 수 있다면 가족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가족들에게 부족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고 고백하니 tvN ‘꽃보다 할배’에서 보여준 로맨티스트의 면모와 괴리감이 느껴졌다. 이에 박근형은 “배우 박원숙 등하고 친한데, 박원숙은 나를 예전부터 ‘박씨 아저씨’라고 부른다. 그럴 정도로 방송으로 보여진 이미지는 나하고 다르다”면서 “그런데 ‘꽃할배’를 가면 다른 사람도 다 가족들과 전화하는데, 왜 나만 로맨티스트로 보일까. 그동안 샤프하고 까칠한 모습의 캐릭터만 보다가 집에 자주 전화하고 마누라한테 사진 찍어보내니까 그런가보다. 다른 사람보다 통화수는 좀 많았지만, 사실 나는 로맨티스트는 아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며 웃었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
기사추천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