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배우 클라라가 최근 일광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이하 폴라리스)와 전속계약 관련 진실공방을 펼치며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거세지며 결국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가 지난 28일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동시에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바 당사자인 클라라가 도덕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계속해 연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성적 수치심을 운운하고 카톡 대화 내용까지 공개돼 더욱 민감해진 이번 사태의 본질은 클라라와 폴라리스간 계약관계에 있다. 지난해 8월 폴라리스 측이 발표한 대로 “독점 에이전시 계약을 체결했다”지만, 에이전시 계약에 대한 양측의 이해가 다른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에이전시 계약 vs 매니지먼트 계약
지난해 8월 5일 폴라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배우 클라라와 7월 초 독점 에이전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계약에 따라 클라라는 폴라리스에게 연예활동 일체에 필요한 제반 사항에 대한 섭외활동, 출연교섭, 계약협상 및 그 계약체결 등을 포함하는 에이전트 권한을 독점적으로 위임하고, 폴라리스는 클라라가 자기의 재능과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성실히 에이전트 권한을 행사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클라라와 폴라리스간 소송이 시작되고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드러나게 된 건 클라라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동안 골프 용품, 샴푸, 가방, 커피, 의류 브랜드 등 광고 전속 모델 계약을 체결했지만, 폴라리스가 아닌 클라라의 개인 회사인 코리아나클라라를 통해 계약을 진행했다는 사실이다.
폴라리스 측에서 보면 당연히 클라라가 전속계약을 위반한 사항이지만, 코리아나클라라 측은 클라라와 폴라리스는 단순 에이전시 계약이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클라라의 활동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통상 연예계에서 배우와 기획사간 맺는 매니지먼트 계약이 아닌 에이전시 계약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국내 연예계에서는 배우와 소속사간 전속계약을 체결할 때 보통 작품활동과 광고활동 등 연예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업무를 지원하기로 하는 매니지먼트 계약을 하면서 출연료 및 광고모델료 등 수입을 어떻게 배분하고, 차량운행비와 헤어메이크업 비용 등 소위 진행비라고 하는 제반비용을 배우와 회사가 얼마씩 분담하는가를 계약의 실질적인 내용으로 삼는다. 배우의 스타성과 매출력 등을 따져 수입배분을 배우와 회사가 6대4, 7대3 등으로 나누고, 스타성이 클수록 8대2에서 9대1까지도 스타가 차지하는 비율을 높인다. 또, 최근에는 진행비 등 비용에 대해 스타들이 회사와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진행비는 5대5로 나눠 내는 분위기다.
그러나 에이전시 계약은 이같은 매니지먼트 계약과는 전혀 다르게 회사가 작품이나 광고 계약을 성사시키고 에이전트 피(fee)라는 명목으로 수익의 10%만 받는 게 전부다. 또한, 활동에 따른 일체의 지원 업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
|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연예계 현실에서 이같은 단순 에이전트 계약은 사실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소속 배우가 20여명으로 실제 에이전시 계약 경험이 있는 한 중견 매니지먼트사의 대표는 “활동을 하다보면 뒤따르는 자잘한 일이 수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에이전시 계약을 했다 하더라도 결국은 매니지먼트 업무를 하게 되는 형국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단순 에이전시 계약만 해서는 남는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클라라가 폴라리스와 단순 에이전시 계약을 한 것이라고 보고 따로 광고 계약을 체결해온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국내 연예계는 미국 할리우드처럼 배우가 회사 없이 여러 에이전트를 통해 활동하는 게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국내 매니지먼트사 중 어떤 회사가 에이전시 계약을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에이전시 계약이든 매니지먼트 계약이든 우리 나라 현실에서는 전속계약의 개념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에이전시 계약이 미국 할리우드에서나 통용되는 거지 국내 연예 시장에서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폴라리스도 클라라와 계약할 당시 독점 에이전시 계약이라고 표현하면서 일체의 연예활동 제반을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고 발표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급변하는 시장질서, 정답은 없다?
결국 시장질서를 흐리고 불미스러운 언행으로 연예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나쁘게 한다는 점에서 이번 클라라 사태에 대해 연매협에서 들고 일어서게 됐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자체가 급변하고 있어서 배우와 소속사간 갈등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고, 연예계의 거품이 걷히면서 블과 몇년전까지 매니지먼트사에서 배우를 ‘모셔오기’ 위해 몇천만원에서 몇억원까지 주던 계약금이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계약금 없이 전속계약을 체결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재원이 풍부한 신생회사들은 배우를 영입하면서 계약금이나 계약금 못지 않은 ‘당근’을 제시하고 나타나 기존 매니지먼트사들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액의 계약금이나 고급 승용차 등을 주는 회사가 있어서 배우들이 그런 회사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렇다보니 실제로 계약금을 당당히 요구하는 배우들도 적지 않고, 이런 배우들을 구슬러 계약하려다보니 다양한 형태의 계약이 생겨나게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
기사추천
0
![[SS포토] '워킹걸' 클라라,](https://file.sportsseoul.com/news/legacy/wyzmob/timg/l/20150129/l_201501290100166080011042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