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적당히들 하입시다.” 오죽하면 BTS가 직접 말했을까.
방탄소년단(BTS)이 부산 공연을 앞두고 불거진 숙박업소 ‘바가지요금’ 논란에 결국 입을 열었다. 단순한 지역 이슈를 넘어, K콘텐츠 강국이 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한탕주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BTS 멤버 RM은 26일 팬 플랫폼 위버스 라이브 방송에서 “부산 숙박 문제로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물론 성수기·비수기에 따라 가격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적당히들 하입시다. 진짜로”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 지민 역시 “팬들이 부산에 올 때마다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다음 달 열리는 ‘BTS 월드투어 아리랑 IN 부산’ 공연 기간 부산 숙박비가 평소보다 수배에서 수십배까지 뛰었다는 글이 쏟아졌다.
평소 5만 원대였던 숙소가 공연 당일 300만 원까지 치솟았다는 사례도 등장했다. 일부 업소는 기존 예약을 취소한 뒤 더 비싼 가격으로 재판매했다는 의혹까지 받는다.
“제가 부산 시민인 게 부끄럽네요”, “부산 공연 취소해라”, “두 번 다시 부산에서 콘서트 안 하면 된다”, “부산에서는 1원도 안 쓰겠다”, “다른 지역 상권이나 살려주게” 같은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반응은 단순한 불만 수준을 넘어선다. 지역 이미지 훼손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자성, 팬들의 피로감, 그리고 K콘텐츠를 대하는 상업주의에 대한 대중 피로감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제는 단순한 숙박비 폭등이 아니다.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글로벌 팬들을 끌어모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를 ‘단기 수익’ 기회로만 소비하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생전 “내가 원하는 나라는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이제 BTS와 K팝, 드라마와 영화로 세계 문화시장을 움직이는 콘텐츠 강국이 됐다.
하지만 문화 자체보다 “이번 기회에 얼마나 벌 수 있나”에만 집중하는 단시안적 한탕주의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BTS 부산 공연 논란은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이번 기회에 한몫 챙길 수 있다. 숙박업소 입장에서는 세계적 공연이 열리는 며칠이 흔치 않은 특수일 수 있다.
그러나 바가지요금으로 얻는 수익은 짧고, 그 뒤에 남는 손실은 길다. 팬들은 한 번 불쾌한 경험을 하면 다시 그 도시를 찾지 않는다. 공연을 보고, 밥을 먹고, 카페를 가고, 기념품을 사며 지역에 남길 수 있었던 소비도 함께 사라진다.
결국 한탕주의는 도시 전체의 장기 수익을 갉아먹는다. 이번 기회에 방 하나를 비싸게 팔 수 있어도, 다음 공연과 관광객을 잃을 수 있다. BTS가 만든 글로벌 팬들의 발걸음을 부산의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바가지 논란으로 스스로 걷어찰 것인가는 지역의 선택이다.
문화강국의 경쟁력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그 무대를 맞이하는 도시의 태도, 상인의 양심, 행정의 대응까지 함께 평가받는다. BTS가 부산에 가져온 기회를 한탕주의로 소진할 것인가, 지속 가능한 문화 도시의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
답은 이미 팬들의 댓글에 나와 있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