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요코하마=함상범 기자] 25일 동방신기의 ‘레드 오션’ 일본 콘서트 러닝타임이 어느덧 3시간을 향해 갈 무렵,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이 곡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의 가사 ‘러브(LOVE)’를 교차하며 불렀다. 이미 두 사람은 무대 양 끝에 서서 달리기 자세를 잡고 있었다.

최강창민의 ‘러브’가 끝나고 찰나의 정적이 흐른 뒤 특수효과가 터지자, 두 사람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유노윤호는 이를 악물고 전력질주했고, 그나마 두 살이라도 어린 최강창민은 달리면서 노래까지 소화했다. 마치 자동차가 풀악셀을 밟은 듯 무시무시하게 튀어나갔다. 어느덧 마흔을 앞둔 두 남자의 아드레날린 터지는 달리기에 7만여 명이 모인 닛산 스타디움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동방신기 일본 콘서트의 시그니처인 장면이다. 그 장면을 보기 위해 콘서트 현장을 찾는 팬들이 적지 않다. 어느 아이돌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동방신기의 열정이 관객들의 심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200m에 가까운 거리를 전력질주하고도 라이브에선 단 한 순간의 빈틈이 없었다. 완벽한 무대는 짜릿한 도파민을 넘어 뭉클한 감동까지 자아냈다.

모든 공연이 끝난 뒤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던 전력질주 장면이 언급됐다. 유노윤호는 “연출진에게 ‘이번에도 한번 뛰어야지’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속으로 ‘진짜?’라고 생각했다”면서 “스타디움이 워낙 크니까, 멀리서도 찾아주신 팬분들이 계시지 않느냐. 전체적으로 한 바퀴를 돌며 인사를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퍼포먼스는 아니다. 아드레날린이 딱 분비되니까 ‘가자!’ 이렇게 되더라”고 말했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다리가 풀린다면 앞으로 넘어질 수도 있다. 3시간을 쉼 없이 뛰어다닌 동방신기에게는 마지막 허들과도 같다. 걷거나 뛰는 척만 하며 부르는 타협점을 찾을 만도 하다.

유노윤호는 “‘섬바디 투 러브’ 무대에서 많이 달렸는데, 팬들이 그때 그 모습을 참 좋아해 주셨다”며 “동방신기의 강점이 ‘어떤 무대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 아닌가. 잘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그 상징적인 모습을 보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 꽤 많다. 잘하든 못하든 기대에 대한 답은 드려야 하지 않나 싶었다”고 웃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팬들 중엔 동방신기의 달리기를 고대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 열정에 벅찬 감동을 받아 죽을 때까지 응원하겠다는 팬도 있었다.

유노윤호는 “사실 사람 관계가 핑퐁이지 않나”라면서 “팬분들이 되게 따뜻하다. 그런 모습들이 저희를 움직이게끔 해주니까, 참 따뜻한 공연장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오늘 날씨는 좀 추웠지만 무대는 따뜻했다”고 말했다.

무려 7만 명을 수용하는 닛산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는 K팝 그룹은 손에 꼽는다. 동방신기를 비롯해 세븐틴과 트와이스뿐이다. 세 번이나 이 압도적인 무대에 선 동방신기는 단연 ‘최초이자 최다’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최강창민은 “정말 특별하고 꼭 다시 한 번 서고 싶었지만, 과연 다시 설 수 있을까 고민도 했다. 인기라는 게 영원할 수는 없으니, 언젠가 내려갈 것도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서 닛산이라는 큰 공연장에 다시 설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20주년이라는 뜻깊은 숫자를 맞아 이 거대한 공연장에서 팬분들과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하다.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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