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한동안 관찰 예능과 연애 예능, 서바이벌 포맷이 판을 이끌었다. 그 사이 코미디언은 진행을 돕거나 리액션을 보태는 역할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편성표를 보면 공기가 달라졌다. 웃음을 업으로 삼던 사람들이 다시 예능의 맨 앞줄로 걸어 나오고 있다.
KBS2 ‘말자쇼’가 김영희의 ‘말자 할매’ 캐릭터를 앞세워 안방에 안착했고, MBC는 유세윤 장동민 붐 양세형 허경환을 묶은 산중 버라이어티 ‘최우수산’을 5월 3일 첫 방송한다.
KBS는 간판 예능이었던 ‘해피투게더’를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로 되살려 7월 편성을 확정했다. 예능판이 다시 코미디언을 부르고 있다.
이 흐름이 눈에 띄는 이유는 복귀의 규모보다 방향에 있다. 예전에는 코미디언이 프로그램 안에 들어가 웃음을 담당했다면, 지금은 프로그램의 출발점 자체가 코미디언이다.
‘말자쇼’는 ‘개그콘서트’의 인기 캐릭터인 ‘말자 할매’를 확장한 형식이다. 고민 상담과 세대 공감을 결합해 예능의 폭을 넓혔다. 실제로 3월 초 방송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3.1%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예능 1위에 올랐다.

MBC의 ‘최우수산’도 마찬가지다. 제목부터 ‘최우수상’ 수상 경쟁을 재치 있게 비튼 이 프로그램은, 시상식 서사와 코미디언들의 관계성을 산행 버라이어티로 이어 붙였다. 웃음은 여전히 핵심이지만, 이제 웃음만으로 승부하지는 않는다. 공감과 서사, 캐릭터와 관계를 함께 설계할 예정이다.
‘해피투게더’의 귀환도 상징적이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KBS를 대표한 장수 예능은 ‘쟁반노래방’ ‘사우나 토크’ ‘야간매점’ 같은 코너를 남기며 시대의 웃음을 기록했다. 새 시즌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는 과거와 똑같은 토크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포맷은 바뀌었다. 그러나 중심에는 여전히 코미디언의 진행 감각과 순간 대응력이 있다. 이름은 낡았을지 몰라도, 그 이름을 다시 꺼내 든 이유는 분명하다. 시청자가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웃음의 얼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는 코미디언이 더 빠르고 노골적으로 자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유튜브 채널 롤링썬더의 ‘신여성’은 이경실, 조혜련, 이선민을 앞세워 재테크, 결혼, 성형, 인간관계 같은 생활 밀착형 소재를 거침없이 풀어낸다.
신동엽의 ‘짠한형’은 연예인 토크 콘텐츠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유재석 역시 ‘뜬뜬’의 ‘핑계고’를 통해 지상파 밖에서도 꾸준히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이 큰 화면에서 브랜드를 복원한다면, 유튜브는 인물의 생동감과 입담을 압축해 확산시킨다. 플랫폼은 달라도 코미디언이 강한 이유는 같다. 정적을 견디지 못하고, 관계의 빈틈을 메우고, 낯선 사람끼리도 순식간에 리듬을 만든다. 웃음의 기술이 곧 플랫폼 적응력이 된 셈이다.
포맷이 복잡해질수록, 설정이 촘촘해질수록, 결국 판을 살리는 것은 사람이다. 말을 던지고, 받아치고, 망설임 없이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코미디언은 그 훈련을 가장 오래 해온 직군이다. 예능이 잠시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예능은 다시 코미디언을 중심에 세우고 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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